아홉번째 요(가어)린이 이야기
어느새 군살이 몸에 배어있다. 이번 학기도 그랬다. 그래도 전에는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식단도 조절해가며 공부를 했던 덕인지 학기가 끝나고 오히려 몸무게가 줄어있었다. 덕분에 몸이 가벼웠다. 그러나 4학년을 맞이하여, 나이를 더 먹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쁨을 더 알아서, 잘 먹어야 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해서, 밥도 꼬박꼬박 챙겨먹고 가끔 야식도 먹어줬다. 스트레스가 쌓일 땐 콜라도 마셨다. 보통 일반 음식점의 1.5인분이 한 끼 식사량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불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어쩌랴, 내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라는 면죄부가 있었다!
본가로 돌아와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하천을 따라 달렸다. 푸쉬업과 스쿼트, 플랭크를 하고 요가로 몸을 풀어주었다. 휴식기를 가지고 운동을 할 때마다 새로웠지만 이번엔 운동 수행 능력이 한참 떨어졌다는걸 깨달았다. 간간히 몸을 풀어줘서 몸의 유연성을 크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요가 자세를 잡을 때마다 살이 접혔다. 붓기 때문이겠거니, 며칠 운동과 숙면을 반복해봤지만 살은 그대로였다. 아, 이게 선배들이 말하던 나잇살이었구나. 밥 조금 더 먹었다고 몸 구석구석 알차게 살이 붙어버리다니.
진짜 문제는 근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지방이 차오르고 근육은 감소해서 쉽게 지치고 회복이 더뎠다. 덕분에 3~4세트는 거뜬했던 운동 루틴을 1~2세트 하니 나가 떨어졌다. 안그래도 최근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나 허리와 골반에 의심스러운 통증이 있었는데, 기본 근력마저 떨어지는 걸 보니 건강에 경각심이 들었다. 이제 멋진 몸을 만드는 게 문제가 아니다. 건강을 위해서, 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오래 살기 위해 코어를 기르고, 컷팅을 해야했다.
헬스 PT를 받기엔 뭔가 무섭고 부담스럽고, 그나마 근력을 기르면서 활동량을 확보할 수 있는 운동을 찾는 사람들이 요가와 필라테스를 고민하는 것 같다. 여기서 조금 더 자세 교정과 근력 획득을 원하는 사람을 필라테스를, 마음 챙김과 유연성을 원하는 사람은 요가를 택하더라. 불과 3개월만에 약해진 몸을 회복하기 위해선 요가와 홈 트레이닝으론 부족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꾸준히 한다면야 효과가 있겠지만 색다른 자극이 필요했다. 실제로 몸이 동작에 적응하면 근성장 효율이 줄어든다.
그래서 당근마켓을 통해 필라테스 수강권 판매 글을 찾았다. 어차피 두 달 후에는 다시 자취방으로 내려가야했다. 종강을 해서인지 적당한 필라테스 수강권은 대부분 팔리고 없었다. 남아있는 필라테스 센터에서는 남자 회원을 받지 않는다더라. 개인 수강권은 남자 회원을 받아준다고 하기에 적당한 가격과 횟수를 저울질해서 선택했다. 이번 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운동의 폭이 더 늘어날 것이 기대된다. 자세 교정과 속근육을 기르는데 그렇게 좋다는 필라테스 수업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