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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조 Aug 25. 2022

달을 향한 마음

사랑으로 따뜻한 일상

손을 뻗어 달을 움켜쥡니다.

꼬옥 쥔 주먹을 조심히 펴보면 아린 통증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갑니다.

달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착각했나요?


이상합니다.

달빛은 참 따뜻해 보이는데...

칼날처럼 시린 빛줄기가 나를 관통합니다.

왠지 기댈 수 있는 따뜻함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달은 압니다.

나와는 닿지 못한다는 것을.

오직 달빛만이 이어줄 뿐이라고.

하지만 나는 닿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하여 달을 향해 손을 뻗어 움켜쥐어봅니다.

하지만 언제나 빈 주먹을 폅니다.

다 알면서 계속 밤하늘에 손을 뻗습니다.

믿고 싶은 대로 놔둡니다.

내 심장을 관통한 달빛은 온기를 조금은 품었나 봅니다.

아니, 품었어야 합니다.

그렇게 믿습니다.


바라볼 수 있어 행복하지만,

언젠가는 저 달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겁니다.

나는 잠을 잘 겁니다 꿈을 꿀 겁니다.

달이 사라지기 전에.


달을 바라보지 않았다면 괜찮았을까?

고개를 젓습니다.

예쁘고 소중해서 바라보길 잘했다고.

2022.2.17 https://www.instagram.com/p/CaFGzFdvh-7/



  누구에게나 소중한 존재가 있습니다. 특히 사랑이라는 마음을 품은 존재는 더 특별합니다. 그런 대상과 이어지지 못한 채 멀리서 바라만 봐야 하는 마음은 어떠할까요? 햇살의 강렬함은 우리에게 생명을 선물해주지만 그 강렬함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인간을 압도해버리는 에너지가 넘지 못할 대단한 존재를 상기시키죠. 자신을 태워버릴 것만 같은 사람과 사랑에 빠지다뇨... 불에 타 없어질 생각인가요? 그래서 사람들은 아련하게 빛을 발산하는 달에게 반하나 봅니다.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를 달에 비유하죠.


  밤하늘에 떠있는 달의 존재감은 독보적입니다. 도심에서 항상 빛나는 가로등과 건물 밖의 현란한 간판들, 대형 스크린 등으로 현대인은 하늘을 올려다볼 귀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눈앞의 화려한 것들에 현혹되어 하늘을 올려다볼 생각을 잊었죠. 밤하늘에는 달과 별이 빛을 내고 있지만, 화려한 조명으로 별빛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게 되었습니다. 달은 지구와 가까워서 달 표면이 반사해내는 빛은 우리 눈에 잘 띕니다. 또한, 크기도 상당하죠. 물론 스스로 내는 빛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은은하게 빛을 내는 달을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립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 내비치는 달을 바라보는 눈은 우수에 잠깁니다. 마치 닿을 것만 같지요. 달빛이 나를 위로해주는 것만 같은데... 정작 저 달을 갖고 싶습니다. 곁에 두고 싶습니다. 하지만 손을 뻗어 주먹을 움켜쥐어도 달은 잡히지 않습니다. 애틋한 마음만 더할 뿐 달은 미동조차 없습니다. 손을 뻗는 이도 알고 있습니다. 달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때로는 머리로 이해하고 있어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들이 많습니다. 계속 손을 뻗어 움켜쥐어봅니다.


  그러다가 문득 내게 닿는 것은 달빛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빛이라는 것은 온기를 품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달빛으로부터 온기라고는 느낄 수가 없습니다. 손이 시렵습니다만, 마음이 더 시립니다. 달도 품을 수 없지만, 달빛조차도 온기 없이 내리쬐기만 하니 얼마나 답답할까요? 이내 생각을 바꿉니다. 몸에 닿은 달빛은 그래도 체온 덕분에 따뜻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생물학적 체온이 아닌 마음의 온기라고 해야겠죠. 달빛은 시렸지만 그런 달빛조차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마음이 참 예쁩니다. 세상은 아무런 변화가 없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겠지만, 달빛이 자신을 통해 따뜻한 온기를 품었다는 생각을 스스로 믿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론 사실 마음이 아프지만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니 달이 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달이 저물기 전에 잠에 빠져듭니다. 꿈속에서라도 계속 달을 보고 싶은 애틋함을 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떠오르는 달을 보며 아픈 가슴을 품은 채 행복해야 하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일 것입니다.


  처음부터 달이 없었으면, 달이라는 존재를 몰랐으면 괜찮았을까 반문해봅니다. 하지만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스럽기에 달을 바라본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입니다. 달을 가질 수 없지만, 달이 있어 너무나 슬프도록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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