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일도 경험해봐.
23살, 졸업 후에 알바를 전전하며 의미 없이 살고 있는 나에게 아빠는 제안을 하나 했다.
1년동안 춤 이외에 관심이 있는 다른 일을 해보라는 것.
종이를 펼쳐놓고 내가 춤말고 관심있어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그 당시 적었던 것은 미용, 사진, 제과제빵 이 3가지였다.
어렸을 때 부터 손으로 하는 것은 곧잘 했었고 미용일은 엄마가 하고있는 일이라 관심이 있었다.
사진은 그때 유행했던 DSRL을 가지고 있던 친구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사진찍는게 재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야가 정말 좁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나이대 내가 무얼 잘하고 좋아하는지 알 기회가 없던 시점에 관심 있는 것들로 나열했던 것이다. 공부는 나와 먼 것이고 학습할 엄두도 안났기에(해보질 않아서) 더욱 그랬던거 같다. 다시 돌아간다면 저렇게 적고 싶지 않다. 물론 저것들을 다 경험해본 후 이기에 드는 생각이겠지만.
하나씩 차근 차근 해보기로 했다.
우선 국비지원을 받아서 헤어자격증을 딸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고, 자격증반 3개월을 다녔다.
다니던 중 내 생각은 확고해졌다. 이 길은 진정으로 내 길이 아니구나.
수업을 들으면서도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펑크 음악을 들었다.
락킹안무를 이미지트레이닝(머리로 춤 추는 것)하고 나도 모르게 비트에 맞춰 몸을 움찔댔다.
자격증 반에는 나빼고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가득했다. 그 속에 섞여있는 것도 싫고 목표의식이 없는데 무언갈 배운다는 것이 의미없게 느껴졌다. 단 하나, 내가 중간에 포기할까봐 엄마아빠는 이런 말을 했다.
"헤어자격증따면 춤 추게 해줄게!"
그 말을 듣자마자 목표가 생겼기에 정말 열심히 했다.
결국 나는 3개월 자격증반이 끝난 후, 처음으로 본 시험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러나 바로 춤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조금 쉬는 동안 나에게 두려움이 가득한 슬럼프가 왔고, 어디서 부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하는지 방황했다.
어차피 아빠와 1년동안은 이것저것 해보기로 한 약속도 있기에 사진과 제과제빵도 배워보기로 했다.
제과제빵도 자격증반으로 국비지원을 받아 수업을 듣게됐는데, 딱 한달하고 그만뒀다.
엄청 더운 한 여름이였는데 나보다 훨씬 키가 큰 뜨거운 오븐이 감당하기가 힘들었고 더위도 많이 타서 땀이 비오듯 흐르고 머랭을 치는데 팔은 떨어져 나갈거 같고 도무지 생각해도 나와는 맞지 않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렇게 제과제빵은 포기 하고 사진이 남았는데 당시에 DSLR이 없어 아빠가 20대 때 사용하던 Pentax필름카메라를 들고 몇번 출사를 나갔었다. 사진 찍는 순간 재밌고 인화하는 것도 재미는 있었지만 과연 내가 사진사가 꿈일까 라는 생각이 들며 하나의 취미생활로 자리잡고 시들시들해져갔다.
그렇게 나의 1년간 다른일 도전기는 끝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