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지 38일 차
퇴사한 지 38일이 되었다.
1월 초에는 한참 아프느라 정신이 없었고,
관계정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매일 조금씩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는게
소홀해지고 어느새 게을러진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서
쉬는 것에, 이 시간에 회사에서 시달리지 않고 그래도 편히 내 시간을 조절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이라는 병을 떠안고
감정을 컨트롤하고 나아가려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꿈이 많던 아이였고
재능이 많다고 생각했던 아이였기 때문에
내 나이 35살쯤이면 어떻게든 성공해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로 돈도 많이 벌었겠지? 하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도전만 했지 중도하차하는 일이 많았으며
완료하여 완벽히 끝낸 일은 내가 좋아하는 덕질 말고는 없었다.
댄서가 되겠다는 꿈도, 작곡가나 비트메이커가 되고 싶다는 꿈도 작사가가 되고 싶다는 꿈도 모두 도전에서 멈춘 기분이고 사실 또한 그렇다.
시간과 돈을 투자한 만큼 대가가 따라오지 않으니 실망도 컸지만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나는 꿈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압박감, 나이, 회사생활 등등
여러 가지 파도에 휘몰아쳐 현재의 내가 된 것이다.
사실 창작가가 되고 싶다.
무엇이든 내 것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힘을 주거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게 있다면 무언가라도 하고 싶다.
그래서 글쓰기도 시작한 것인데
나 따위가 뭘 할 수 있을까..
나 자신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너무나도 좋겠지만
그게 나라는 사람에게 글이
'꿈'의 존재가 되어버린다면 전과 같을 것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지레 겁먹던지
내가 시작했을 때 재능이 없다는 것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아서 시작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퇴사일지는 그냥 정말 내 감정을
휘갈겨 쓸 생각으로 시작한 글이다.
거창하지도 않으며, 남들에게 도움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위에 사진은 내가 구인구직 신청을 해놓은 플랫폼인데
저렇게 내 이력서와 비슷한 공고가 올라오면 보내준다
나는 바이럴마케팅 쪽으로 일해왔지만 마케팅 기획이나 퍼포먼스마케팅 뭔가 내가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홍보하는 쪽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무경력자는 당연히 뽑지 않는다. (내가 회사 입장이라도 그렇겠지)
하지만 나는 취준생이기 때문에 저 경력으로 쓰여있는 숫자가 야속하다.
대학에서 전공자가 아니라면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면
자격증이 없다면 어디서 경력을 쌓고 배우며 알아갈 수 있을까
바이럴마케팅 또한 맨땅에 헤딩하기처럼 시작하여
현재 3년 차 이 쪽 일을 하고 있는데 섭리가 보이고
어떻게 굴러가는 시스템인지 알 것 같다.
그럼 다른 일들은 어떠한가
똑같을까. 모든 일들이 그렇지 않은가?
우리나라 2030 시대가
정수기 필터 가는 일 혹은 배달 녹즙이나 요구르트 배달하는 일 등등 우리가 생각했을 때 족히 어머니들 나이에 할법할 일을 많이 한다고 한다.
누군가 터치하지 않고 내 할 일만 잘하면 돈을 원하는 시간대 벌 수 있어서.
나도 회사를 다닐 때 정말 단순노동을 하는 공장이나 편의점에서 일하고 싶었다.
광고주를 상대해야 하고 회사 안에서 시스템에 맞춰 진행해야 하고 갑자기 터지는 일들과 야근의 연속..
회사란, 일을 하는 곳이다.
물론 다들 힘들지만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내가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지, 버틸 수 있는지
경력은 어디서 쌓고 내가 마케팅을 꾸준히 하는 게 맞는지 날 써줄 곳이 있기나 한 건지.
왜 나는 이제야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건지
나 자신을 원망하고 자책할 때가 많아서
정신과 상담을 가면 늘 그런 말을 하곤 한다.
항상 일기장에 적는 문장이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인데 정말 모르겠다.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