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혹시 T세요?
MBTI광풍이었다. 얼마 전까지 인터넷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지금도 MBTI는 사람들과 아이스브레이킹에 쓰이는 단골소재다.
특히 T는 유독 사람들의 표적(?)이 되었던 특성이었다.
너 T야?라는 밈이 마치 비난처럼 쓰이는 분위기였다.
T(Thinking)인지 F(Feeling)인지 나누는 게 의미 있을까?
나는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F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에.
제 아무리 T라고 해도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감정'이다.
뇌과학 책에서 읽었던 문장 중에 인상적이었던 게 있다.
인간은 '가끔 합리적인 동물'이라는 거였다. 보통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타고나길 감정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한 T와 F의 차이는 수심(水深)이다.
어떤 사람의 감정은 수면 가까이에서 넘실거리고 쉽게 일렁인다.
반면 어떤 사람의 감정은 수심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어서 닿기가 조금 더 어렵게 보인다.
MBTI의 세상에서 전자를 F, 후자를 T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모든 사람이 사실은 F라는 게 내 결론이다.
애초에 MBTI는 MBTI일 뿐이다.
머리가 먼저냐, 가슴이 먼저냐 사람들은 재미로 그걸 나누지만,
세상에는 머리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수없이 일어난다.
그럴 때 우리는 그런 일들에 가슴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는 감정 관리의 세상에서 산다.
어른이 되면 남 앞에서 함부로 눈물을 보이는 것도 왠지 쪽팔리는 일이 된다.
표정관리를 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감정 다 드러내지 말라고.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안 좋게 여겨지는 때가 많다.
약하다는 얘길 들을 수도 있고 적절한 처신이 아니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감정이 풍부하고 그 감정을 남에게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떳떳한 거니까.
다른 사람 눈에 다정하거나 살갑지 않은 내가 F처럼 보이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F이다. 드러내지 않으려 애쓸 뿐 타인의 한마디 말과 표정에도 감정이 출렁거린다.
내 마음을 남에게 전달하는 건 서툴지만 내 마음은 남에 의해 쉽게 건드려진다.
사람을 움직이는 게 감정이라는 걸 알지만 마음을 얻는 건 쉽지 않다.
표현이 부족해서 내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별로일 수도 있다.
내가 전하려던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닿지 못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인다.
누군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내 손을 떠난 문제다.
나는 나대로 진심을 가지고 대할 뿐이다.
*아모르파티(Amor Fati)로 가는 스물다섯 번째 마음가짐
모든 사람은 사실 F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진정성 있게 사람을 대하는 것.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D
글쓴이/그린이 : 기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