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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별의 그늘 12화

문지방 앞에서

시 #28

by 이로


둘러싼 작은 벽 안에 갇혀

우연찮게 그 너머를 동경하고 나니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 모두가
위태로워


자그마치 한 걸음 내딛기에도

숨을 편히 쉴 수가 없다


건너 뻗어갈 세상과

비좁고 아득한

내 단칸방 사이에 서서


쉬이, 내쉬고 쉬이, 들이쉬는

숨 간극에 발맞추어

문 앞에 들이닥친 어둑시니같이


쉬이, 내쉬고 쉬이, 들이쉬며

춤추듯 휘청이다

축축한 두려움에 사무쳐

발톱으로 문지방을 긁는 일이 허다했다


문득

발아래 아스라이 놓인 절벽 아래로

떨어뜨린 절망 한 덩이


저 밑

깊고 푸른 바다에

퐁당


시원한 바람이 이는 소리가 들리는다

그곳을 그리며

오늘도 문지방을 넘는다



bkksg.com

_이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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