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몸으로 하는 취미
몸과 관련된 취미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아직까지 자기 몸에 100% 만족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누구나 몸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키가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살집이 있으면 있는 대로, 마르면 마른 대로 저마다의 고충이 있다.
어렸을 때 나에겐 그게 점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양쪽 엉덩이에 큰 점이 있었다. 남들과 다른 게 부끄러워서 대중목욕탕을 가면 늘 엉덩이를 가렸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엉덩이의 점이 견딜 수 없게 부끄러웠다. 찔끔거리는 아픔을 참고 5번에 걸쳐서 양쪽 점을 레이저로 빼버렸다. 점을 빼면 오징어 타는 냄새와 함께 콤플렉스도 날아갈 줄 알았다.
점을 뺀 후에는 새로운 콤플렉스들이 생겨났다. 벌어진 횡격막이, 움푹 꺼진 뒤통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창 외모에 예민하던 사춘기 때는 내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연예인들 사진과 나를 비교해가며 불평했다. 운동을 시작한 후에는 작은 키가, 뻣뻣한 몸이, 굳은 골반이, 짧은 팔다리가 말썽이었다.
나는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직장인이었다. 게다가 책 읽기, 피아노 치기, 그림 그리기, 심지어 먹는 것까지 앉아서 하는 행동들을 좋아했다. 장시간을 앉아있으면 엉덩이가 펑퍼짐해지고 골반은 틀어지고 허벅지는 굳고 허리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했다. 몸은 내 삶의 결과물이었지만, 몸에 모든 문제를 떠넘기려 했다.
운동하면서 몸을 알아갈수록 몸의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다. 내 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처럼 따라오지 않는 몸이 걸림돌처럼 느껴졌다. 뼈를 분리해서 하나하나씩 다시 껴맞추는 생각을 이따금 했다. 몸은 나에게 좌절이었다.
몸을 조절하려고 애쓰면 금방 탈이 났다. 살사 연습 중에 무리하게 다리를 찢고 스트레칭을 하다가 햄스트링이 찢어져서 6개월을 고생했다. 힐을 신고 몇 시간을 춤춘 탓에 무릎은 걸핏하면 욱신거리고 시렸다. 정형외과 단골손님이 되었다.
몸을 다친 후에는 몸을 조심히 썼다. 몸은 까다로운 직장 상사와 같았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맞춰주지 않으면 무슨 행패를 부릴지 알 수 없었다.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몸을 사리는 습관이 생겼다. 운동이란 이름으로 몸을 무리하거나 밀어붙이는 일이 줄었다.
아름다움이나 즐거움을 위한 운동이 아닌 건강을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요가를 통해 내 몸에 말을 거는 순간, 내 몸은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골반 비대칭, 척추측만, 굳은 허벅지와 발목, 말린 어깨…. 할 수 있는 동작보다 할 수 없는 동작이 더 많았다. 내가 잘할 때 나를 인정하는 건 쉬웠지만 내가 못할 때에도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았다. 요가 동작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마다 몸을 외면하고 비난하고 싶었지만, 몸의 속도를 존중하려고 노력했다. 어설픈 내 몸과 함께 지내는 법을 연습했다.
1년이 넘어가면서 좋아지지 않을 것 같았던 몸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골반이 움직이고, 근육이 조금씩 말랑말랑해지고 불가능해 보였던 동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몸이 내 맘처럼 움직일 때보다 그렇지 않을 때가 훨씬 많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처럼 몸을 미워하거나 무리하게 동작에 몸을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 어렵지만, 내가 잘하지 않는 순간에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사랑하고 싶다.
후회를 자주 하진 않지만, 엉덩이 점은 후회가 남는다.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점은 복점이라는데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아껴주지 못했던 게 미안하다. 살다 보면 또 다른 콤플렉스를 만날지도 모르지만, 그 또한 순간의 판단일 것이다. 시간이 더 흐르면 더 이상 미워 보이지 않거나 오히려 소중해질지 모를 일이다. 앞으로 살면서 마주할 새로운 엉덩이 점들은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