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몸으로 하는 취미
몸을 알수록 몸의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운동할 때는 스쿼트 자세가 어딘가 어색했고, 발레를 할 때는 중심을 잡기 어려웠다. 살사를 할 때는 어깨가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몸의 중심축이 무너져서 턴 횟수가 늘어나지 않았다. 한 가지 운동을 할 때 어렴풋이 느껴지던 몸의 증상은 여러 가지 운동을 하면서 실체가 나타났다.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골반과 허벅지 근육이 굳은 상태에서 다리를 찢는 연습을 하는 것은 크게 효과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몸에 무리가 되었다.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야 했다.
용하다는 도수 치료원, 한의원, 통증 학과부터 다양한 운동요법을 찾아다녔지만, 한계가 있었다. 사람마다 내 몸을 해석하는 방식이 제각각이었다. 다들 내 몸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지만,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완전한 처방은 없었다. 좋아지는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며칠 지나면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었다. 게다가 내 몸의 상태는 미묘하게 계속 변했다. 계절, 생활습관, 스트레스에 따라서 몸 상태는 매번 달랐다. 어제까지 유용하던 치료요법도 오늘은 효과가 없었다.
스스로 배워야 했다. 내 몸에 가장 관심이 많은 사람도, 내 몸을 제일 잘 아는 사람도 나 자신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운동 자격증이었다.
한때 직업을 바꿀 목적으로 자격증 공부를 했다. 그때 자격증은 동기부여이자 성취목표였다. 열심히 정보를 머릿속으로 집어넣는 데 집중했다. 시험의 당락이 중요했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런 결과가 없는 셈이었다.
하지만 운동 자격증은 목적이 달랐다. 평생 사용하는 몸을 배우고 싶었다. 잘 배워두면 어떤 방식으로든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서 배우려니 막막했지만, 자격증 커리큘럼을 따라 배우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살면서 몸을 공부한 적이 없어서 잘 따라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지금보다 몸을 잘 이해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싶었다.
처음 시작한 것이 SNPE(바른자세척추운동) 운동 자격증이었다. 그전부터 센터에서 운동을 해봤는데 화려한 동작보다 몸에 집중하는 느낌이 좋았다. 운동 자격증 과정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다들 몸과 관련된 사연이 하나씩 있었다.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4개월간의 자격증 과정 동안 뼈와 근육의 구조,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이론을 배웠다. 수련 일지를 작성하기 위해 퇴근을 하면 저녁 시간에 한 시간 이상 운동하려고 노력했다. 저녁 약속이 자연스럽게 줄었다. 말 그대로 수련이었다. 자격증 과정의 특성상 짧은 시간에 눈에 보이는 체형 변화를 만드는 것은 부담스러웠지만, 그만큼 몸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론과 실습이 더해져서 내 몸을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운동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단번에 몸의 전문가가 되지는 않았다. 나는 똑같이 센터에서 운동하고, 몸의 문제로 씨름을 하면서 조금씩 풀어나가고 있었다. 예전과 다른 점은 한방에 몸을 해결하려는 조급함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런 방법은 없을뿐더러, 있다고 해도 그만큼의 위험과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을 이해했다. 조금씩 시간을 들여 천천히 해결하는 편이 몸에 가장 유익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 수업을 진행할 기회가 생겼다.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을 대강으로 지도하면서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다. 주말 수업을 맡아서 진행하게 되었다. 운이 좋게도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업할 기회가 생겼다. 사람들의 고민도 내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 몸을 고민했던 경험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찾아 나가는 과정은 책임감이 필요했지만 그만큼 보람찼다.
내가 아는 지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마주하면 미안하고 답답했다. 게다가 운동을 힘들어하거나 어려워하는 회원들이 쉽게 운동할 수 있는 징검다리를 찾는 것은 강사로서의 숙제였다. 다른 사람을 지도하려면 내 경험에서 답이 우러나와야 했다. 꾸준히 성장해야 했다.
답을 찾기 위해서 요가 자격증을 공부했다. 몸의 다양한 부위를 자극하는 요가 아사나(동작)를 훈련하는 것과 더불어, 요가 철학을 배우면서 몸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몸을 대하는 마음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골치 아픈 문제에서 나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몸을 바라보았다.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면서 시각의 변화로 해결되는 부분이 있었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었다.
몸을 공부하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내 몸에 관대해지면서 타인의 몸의 문제도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몸을 공부하면서 나 자신은 물론이고,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까운 사람들을 살필 수 있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잘한 일 중 하나인 것 같다.
최근에는 뜸을 공부하고 있다. 경혈점을 배우면서 또 한 번 몸을 새롭게 경험하는 중이다. 이미 잘 아는 것 같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몸을 바라보고 몸에 말을 걸면 몸은 그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앞으로도 몸과 대화하면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