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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수 Jun 19. 2023

[아내의 일기] 페미니스트 아내

살인 범죄자 '정유정'씨 사건이 보도되는 양상을 보고 남성 살인범에 비해 신상정보 노출과 보도 횟수 등 언론이 다루는 태도가 다름을 지적하다가 아내와 싸우고 아내가 새벽에 적은 글이다. 



이분법적 사고, 흑백논리는 위험하다고 언니는 나에게 늘 말했다. 그렇지만, 언니만큼 이분법적 사고를 많이 하는 사람도 없다. 예를 들면, 페미니즘이 그렇다. 



“여자라서 그래. 남자니까 저래.” 


말도 안되는 논리로 나에게 얘기하곤 했다. 처음엔 그게 듣기 힘들 정도였다. 뉴스에서 범죄현장이 나오면 “한남새끼들이 문제다.“ 라고 얘기하다 범죄자가 여자면, ”여자였어?.“ 하고 이내 침묵해 버리곤 했다. 



또, 탈코르셋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화장을 하는게 무슨 잘 못된 일처럼 이야기하였고 나에게 화장을 안하는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치장하길 좋아했던 나는 언니를 만난 후 1년간 화장을 한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작아졌다. 싸우기도 싫었고, 안 해보니 나도 아주 편했다. 



가끔 이런 부분으로 내가 가진 생각들을 이야기하면 듣기를 힘들어하며, 그 자리를 떠나고 싶어한다. 언니에게 이 부분은 수용되지 않는 부분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언니를 만나 유연함을 배운 걸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데 페미니즘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유퀴즈에 김연경이 출연하였다. 동시대 박지성과 비교를 하며 한국 팬들의 관심이 적어 힘들었다는 얘기였다. 언니는 바로 '여자니까 그렇지'라고 이야기 했고, 나는 '비인기 종목이라 그런거지'라고 대답했다. 그러다 문득 여자라서 그럴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배구가 비인기 종목이라 관심을 덜 받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여러 이슈들 중 여자라서 1%라도 불이익 받는 게 있을까? 하고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언니는 내가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는 사람이기에게 언제까지 부정적인 시선으로 지켜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때까지 지켜본 언니는 대단히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사람이였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 나가는 것에 일조할 것을 안다. 그리하여, 그런 시선이 누군가에게 불편할 지라도 필요한 활동일 것이다. 



다만, 나는 사회적인 측면보다 내 사람이 먼저이기에 페미니즘을 통해 언니가 아프지 않기만을 바란다. 



마지막으로, 페미니스트 아내인 당신을 존중하며, 당신의 모든 날을 응원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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