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심심한 하루
바쁘게 지낸 날에는 이것저것 글감들이 모인다.
학교 수업을 듣고 집에 가는 길에는 그날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어떤 경험이나 생각은 핸드폰에 메모를 해두곤 다음에 글로 써야지라고 다짐한다.
반면 지루한 하루를 보낼 때면
"벌써 밤이네.."
"오늘은 쓰고 싶은 글이 없는데."
하는 현타가 밀려온다.
그럼에도 여기저기에 쌓아놓은 찔끔 쓰다만 글들은
고개를 빼꼼 내 밀고 내게 손짓한다.
오늘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라는 듯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은 내 것이 아님을.
그냥 인정하고 남은 시간을 집중해서 쓰는 편이 합리적일 것이다.
매몰비용(Sunk cost)이라는 것이 있다.
경제학에서 이미 써버리고 회수할 수 없는 비용으로 보는데,
이 매몰비용이 아까워서 더 투자하고 매달릴 것인지,
과감히 포기하고 추가적인 비용 손실을 막을 것인지.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아무것도 하지 못 한 날들이 쌓이고
하루를 낭비한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면
의기소침해지는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늦잠을 실컷 잔 주말 점심때쯤 눈이 떠질 때면,
주말을 채울 다양한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아. 망했구나 내 하루라는 생각이 든다면
우리는 다시 누워 한숨 더 자거나
충전된 몸을 이끌고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다.
푹 쉬어버린 시간도 왠지 비용처럼 느껴져서인지.
매몰비용에 대한 강의를 들을 때
주말에 자빠져있는 내가 떠올랐다.
오늘은 망했다. 그냥 더 쉬자!라고 하기보다는
남은 시간을 즐겁고 의미있게 채우면 좋겠지.
어떤 하루로 만들지 선택은 내게 달려있다.
오늘을 허비했다는 자책보다
조금이라도 시작했다는 한줄기 희망이
내일을 더 가깝게 만들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