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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온 새로운 식구들

2025.3.18 가든일기

by 진그림 Mar 20. 2025


바질

올여름 제 텃밭은 바질이 대풍년이네요.

바질은 씨를 뿌려도 잘 싹이 나지 않아서 제겐 너무 까다로운 분들이었는데, 마트서 샐러드용으로  화분으로 파는 $3.50 짜리를 시험 삼아 사다가 비 오는 날 군데군데 심었는데 여름 내내 자라고 자라네요.

파질페스토, 샐러드, 이웃과 나눔을 해도... 남아돕니다.

바질@진의 텃밭

오크라.

낯선 이 채소는 신기해서 모종을 사다가 심어봤어요. 아! 세상에나! 진드기가 사랑하는 작물이었어요. 좀 자랐나?  매일 들여다보며 물을 주는데 세상에 개미들이 바글바글( 진드기액을 빨아먹으려고 )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어요. 얼른 잎을 들쳐보니  진드기로 까맣게 덮여있어요. 이대로두면 오크라가 다 사라질 위기!


며칠 내내 퐁퐁물로 스프레이를 잎마다 꽃마다 뿌려가며 겨우 살려낸 분들입니다.  이 날은 첨으로 오크라가 달린 것을 봤네요. 아, 이렇게 자라는군요. 언제 따야 되는지,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도 몰라서 검색해 봐야 할 정도로 낯선 분입니다.

죽어가는 분을 살려내는 의사나 간호사님들이 이런 기분이겠구나! 아주 볼 때마다 뿌듯하고 이뻐서 자꾸 쓰다듬게 됩니다.

오크라@진의 텃밭

진드기의 공격에서 구출되자마자 키가 쑥쑥 자라고 잎이 커지면서 폭풍성장 중이십니다. 어디까지 크는지도 모르면서 키우는  죽다 살아난 오크라.

오크라 잎모양이 피마자처럼 보임/  진의 텃밭

수세미

천연수세미를 만들어 설거지에 쓰고 싶어서 씨를 구해서 심었어요. 봄에 심어 여름에 키우고 수확하는 작물인데 너무 늦게 심어서 될까 말까 맘을 조렸는데 다행히 세 개가 자라고 있습니다.

수세미야 제발 커져라, 팔뚝만큼@진의 텃밭


깻잎

새 식구가 아니라 우리 집 여름 텃밭의 효자, 효녀들입니다. 호주 땡볕에도 잘 버티는 기특한 아이들, 여기선 구하기도 어렵고, 한국마트에선 아주 비싸게 주고 사야 합니다. 이분들 덕에 제가 식구들에게 어깨에 힘주고 말합니다.

" 엄마가 이래 봬도 이구역 재벌이야, 깻잎재벌!내 깻잎이 몇장인지 셀 수도 없다고!"

애들이 킥킥거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과장법을 싫어하는 남편이는 픽웃어주는 걸로 '그래, 인정!'이랍니다.

꽃이 피기 시작해서 한 두어 그루 잘랐어요. 잎이 더 억새지기 전에 따서 저장식품으로 만들려고요.

깻잎재벌의 위엄@진의 텃밭

꺄악~ 사마귀!( 이뻐서 낸 소리입니다.)

다행히 벌레를 안 무서워해요.( 쥐만 극혐임)

깻잎을 따는 동안 무당벌레, 거미, 사마귀, 애벌레, 개미들이 보일 때마다 고이 들어서 다시 마당에 보내주어야 하니 일이 느립니다. 약을 안치니 이런 벌레들도 보이는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자꾸 움직이는 아기 사마귀를 선명하게 찍느라 애를 먹었어요. 이렇게 투명한 연둣빛의 아기사마귀를 첨 봐서 꼭 그려주고 싶었거든요.

이렇게 텃밭은 제 글과 그림의 주소재들입니다. 매일매일 신기하고 예쁜 것들이 보이니까요.

아기 사마귀/ 진사진

자, 이제 깻잎정리가 끝났어요.

크기가 고르고 멀쩡한 잎들은 따로 골라서 소금에 절이려고요. 3주 정도 후에 절여지면 깻잎김치를 만들 거고요. 귀찮아도 해놓으면 겨울 내내 별미 밥반찬이 되겠죠?  솎아낸 자잘한 잎들은 이웃과도 나누고, 데쳐서 얼려두면 감자탕 만들 때 한 봉지씩 넣으면 굿!

작년 여름, 서호주의 퍼스라는 도시에선 깻잎이 10장에 $10불이었데요.  그럼 씻어놓은 이 깻잎들은 대체 얼마일까요? 못해도 100장은 될 테니... 헐 $100불!

절여지길 기다리는 깻잎@ 진의 부엌

저녁엔 깻잎도 많이 있겠다, 남은 냉장고 야채들을 다 털어서 골뱅이소면을 만들었어요.

맛은?

말해 뭐해요.

끝내줍니다.

골뱅이소면,색깔이 곱다@진의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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