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이 만나기 백일 전

by 별집

25주 5일, 오늘은 임당검사와 입체초음파가 예약된 날이다. 예정일이 100일 남은 날이기도 하다.


먼저 출산을 경험한 이들로부터 입체초음파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전해 듣곤 했다. 초음파 사진 속 아기의 얼굴이 실제와 제법 비슷하다며 설레는 표정들이었다. 정작 난 추가비용을 내면서까지 확인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차피 결정된 얼굴을 미리 본다고 뭐가 달라지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어차피 필수로 확인해야 할 초음파와 가격차이가 얼마 나지 않고 다들 본다는 간호사의 말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채혈을 마치고 들어간 초음파실에서 비로소 아, 왜 지인들이 입체초음파를 말할 때 설레는 표정을 지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뱃속의 태아는 이미 온전한 이목구비를 갖추고 있었다. 꼬옥 다문 두 눈, 탯줄에

기댄듯한 고개, 양수로 불은 넙데데한 코와 오똑한 콧날, 아랫입술보다 더 볼록하고 두툼하게 앙 다문 윗입술, 불어있는 볼살까지, 아침저녁으로 나의 배를 요동치게 하던 생명체는, 내가 생각한 존재 이상이었다. 지금 당장 배 밖으로 나와도 이질감이 없는 작은 사람, 그 자체였다.


온전한 작은 인간이 내 안에서 숨 쉬며 요동치고 있다는 사실.이 잠시 무뎌진 마음을 다시금 설레게 했다. 초밥아, 초밥이는 이미 완벽한 사람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구나, 미처 몰랐어, 모르고 있어서 미안해.


마침 도착한 귀여운 청룡 인형에 초밥이의 이름을 박음질하며, 나에게 찾아온 이 생명이 실감 나고 감격스러워 코끝이 찡해졌다. 태어나 처음 겪는 이상한 기분과 설렘과 행복감. 결혼사진 중간에 초밥이 인형을 세워두며, 우리 둘 사이에 새로운 생명이 꽃피었음을, 감히 내가, 우리가, 이 세상에 새 숨 하나를 만들어내었다는 경이가 순간을 황홀하게 감쌌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지금껏 세상에 없던 존재를, 살아 숨 쉬는 존재를 우리가 잉태했다니, 생명의 숭고함을 온몸으로 경험한 짜릿한 순간이었다. 감히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일을 행한 기분. 그리고 이를 허락받은 감사함에 가슴이 벅차올랐던 오늘이었다.


그리고 초밥이가 너무나 보고 싶어 졌다. 앞으로 100일. 보고 싶은 초밥아, 건강하게 백일뒤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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