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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Oct 04. 2020

주연만큼 아름다운 조연들


구경은 안하고 먹기만 했던 첼시 마켓에서의 일화.


12월 말 어느 날 저녁, 사촌동생 약속한 첼시 마켓에서 만났다.
 
“언니, 첼시 마켓에는 꼭 먹어야 하는 타코 있어. 나도, 내 친구도 그 집 단골인데, 진짜 맛있어. 남미 친구들을 데려갔더니, 본토 타코보다 더 맛있다고 난리였어.”
 
초록창 블로그들을 보면, 첼시 마켓에서는 한 랍스터 집이 유명하다. 죄다 랍스터 집에 대한 포스팅밖에 없었다.
 
“랍스터는 언니 보스턴 가서 먹어야 해. 보스턴이 메인주(Maine)와 가까워서 거기 해산물이 최고야.”



사촌동생이 있어 따로 구글 번역기를 돌리지 않아도 되었다.
맛있는 타코 냄새로 가득했던 오픈형 주방의 타코집. 테이크아웃만 가득하다.



타코 집의 줄은 매우 길었다. 나는 집을 좋아하기 때문에 줄 서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다. 입과 눈이 즐거운 찰나의 순간을 위 기다림이야. 


눈으로 메뉴판을 읽었다.
 
‘Tacos/Tostadas. Carne Asada. Pollo Asada.’
 
스페인어로 쓰여 있는 불친절한 메뉴판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주문 순서가 되었다. 주문대 바로 뒤에서 남미 요리사분들이 뜨거운 불판에서 고기를 조리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내 뒤에 서 기다리고 있으 빨리 주문해다는 조급함이 들었다. 뭘 시켜야 할지 몰라, 1초라도 망설이는 순간 게임 끝날 것만 같았다. 


두세 번 이상 와본 사촌동생이 영어로 자연스럽게 주문을 넣었다. 돼지, 닭고기, 소고기 종류 두 개씩 해서 총 6개 타코를 받은 사촌동생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타코 소스 라임을 척척 챙겼다.  
 
“언니, 장담할게. 코에 라임을 팍팍 짜 넣어야 맛있어.”



무언가가 허전했는데, 그것은 맥주였다.



타코 집과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테이블 많지 않았다.


 테이블에 여성 분이 혼자 앉아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합석을 요청하니 일행들이 곧 온다고 다. 그러다 그는 다른 곳으로 가게 됐다고 자리를 내줬다.


우리는 2명인데 4~5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넓은 테이블을 독차지하게 됐다. 행운을 쟁취한 우리는 이 행운을 더 만끽하고 싶었다. 그냥 타코만 먹을 수 없었다.
 
“언니, 그럼 내가 맥주 사 올게.”


사촌동생이 맥주를 사 오겠다고 하곤 시야에서 사라졌다.
 
“여기, 자리 있어.


다 같은 관광객인데 배려가 없어 보이는 저 멘트를 여러 번 다. 민망했다. 테이블은 컸지만, 의자는 3개밖에 없었기 때문에. 



보기엔 심플했는데 꿀맛이었다. 타코와 먹으니 더 맛있었다.


 
사촌동생이 맛있어 보이는, 실로 맛있었던 시원한 생맥주 두 잔을 들고 왔다.
 
“여기, 자리 있어요?” 


일행으로 보이는 그들이 테이블의 빈 공간 사용을 요청했다. 그들 3명이 모두 앉을 만한 의자는 없었다. 남은 의자 1개만 제공할 수 있었다. 사촌동생이 선뜻 자기가 앉아 있었던 의자를 내줬다.


그 모습을 본, 뒤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남성분이 자신의 의자를 사촌동생에게 줬다.
서로에 대한 배려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도 일어서려다가 모두로부터 그럴 필요 없다는 뉘앙스를 받았다. 다시 앉았다.


음식은 맛있었고, 분위기는 경쾌하게 흘러갔다.



개인적으로 대만에서 먹은 것보다 더 맛있었다.



함께 테이블을 공유하게 된 그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대만에서 온 관광객분들이었다.


그들은 두툼한 소고기가 든 대만식 면요리인 우육면을 먹고 있었다. 맛있어 보였다. 살짝 여쭤보니 대만 우육면만큼 맛있다고 답하셨다.  
 
“언니, 다녀올게.”


사촌동생이 순식간에 다시 사라졌다 우육면 한 그릇을 들고 나타났다. 


칼국수 면처럼 쫄깃한 면발. 몸을 데우는 뜨끈한 육수. 방금 먹은 타코 속 고기와 야채들이 만들어낸 하모니만큼 환상적인 조화였다.



다시 첼시 마켓에 간다면, 타코는 물론이고 우육면도 후루룩 먹을 계획이다.



첼시 마켓 뒷문으로 나와, 무거운 바위처럼 무거워진 몸뚱이를 이끌고 지하철로 향했다. 집까지 걸어가고 싶었지만 늦은 저녁이었다.
 
“와, 언니 온 이후로 나 진짜 매일 배부르게 먹고 있어.”


“(웃으며) 잘 먹어야 해.”
 
뉴욕에 머무는 동안 5kg는 거뜬히 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살찔까 염려되지는 않았다. 현재라는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 살찌면 뭐 어때.  



첼시 마켓 부근에는 사람도 많고 차도 많다.



 뉴욕 지하철로 향하는 길, 뉴욕의 거리와 사람들이 영화 속 한 장면의 엑스트라들처럼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 순간이 영화라면, 굳이 주연이 아니더라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에서 정말 맛있는 멕시코 음식과 대만 음식을 접했다. 낯선 땅에서 발견한 그 음식들은 주연만큼 훌륭한 조연들이었다.


뉴욕에 머무는 동안 이방인이어도 당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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