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은 생존경쟁의 결과로서 일반적으로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적자(適者)란 적합한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적자생존은 어떤 환경에 적합한 존재가 그 환경에서 잘 적응한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적자(適者)가 반드시 강자(强者)를 가리키는 것만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적자생존이라는 말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말은 자연선택입니다. 자연도태(自然淘汰)라는 말로도 사용되고 있는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은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이 처음 제기한 이론으로서 다윈의 진화론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입니다. 다윈은 그의 저서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에서, 부모가 가지고 있는 형질이 후대로 전해져 내려올 때 「자연선택」을 통해 주위 환경에 잘 적응하는 형질이 선택되어 살아남아 내려옴으로써 진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생물 개체는 같은 종이라도 환경에 적응하여 여러 가지 변이(variation)를 나타내게 되는데, 이 중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변이로의 선택이 일어나서 후대까지 전해져 내려간다는 것입니다. 이 때 주위 환경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생물은 같은 종이나 다른 종의 개체와 경쟁을 해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이 경쟁이 바로 생존경쟁(生存競爭 struggle for existence)입니다.
본래 다윈이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에 착안한 것은 인위적인 선택(artificial selection)에 대응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인간은 동물과 식물을 필요에 맞게 키워 왔는데, 이 과정에서 몸이 더 크고, 수확량이 더 많은 등 인간에게 유리한 형질을 추려내서 인위적으로 교배를 시켜 원하는 형질을 얻는 품종 개량이 계속되었지요. 품종 개량은 말 그대로 인위적인 선택이지만, 다윈은 이러한 품종 개량이 자연에서도 일어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즉, 자연환경이 생물 종을 솎아낸다는 발상을 떠올린 것입니다. 하지만 다윈은 자연에 어떤 의지가 있어서 선택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치중립적인 의미에서의 자연선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자연선택에 의한 변이는 돌연변이(mutation)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고, 환경 조건에 따라서 조금씩 변화하며 자손으로 유전된다는 개념이었습니다.
진화론은 라마르크(J. Lamarck)의 용불용설(用不用說 Theory of Use and Unuse)과 자주 비교됩니다. 라마르크는 「동물이 어떤 기관을 다른 기관보다 더 자주 쓰거나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그 기관은 사용 시간에 비례하여 점차 강해지고 발달되며 크기도 커지게 된다. 반면, 어떤 기관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그 기관은 점차 약화되고 기능도 쇠퇴하여 결국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라마르크의 이론은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얻은 생리적 적응이 후손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며, 환경이 생명체의 유전자 발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 것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적자생존이란 말의 정의에 대해서는 1864년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스펜서(H. Spencer)가 쓴 <생물학의 원리>라는 책에서 이렇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내가 여기서 이야기하려 했던 적자생존은, 다윈이 「자연선택」이라고 했던 것이며 생존 경쟁에서 가장 좋은 종족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자생존은 스펜서의 1884년 저서인 <개인 대 국가(The Man versus The State)>에서 도 사용되는데, 그는 여기서 더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살아남아 시장을 점령하고, 이러한 소비자의 경향에 잘 따라오지 못하는 회사는 경쟁에 의해 도태된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적자생존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다윈은 초기에는 자연선택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했지만, 선택(selection)이라는 용어가 자연계에서는 적합하지 않고 인위적인 느낌을 가진다는 월래스(A.R. Wallace)의 의견을 받아들여 자연선택과 동일한 의미로 스펜서가 사용한 적자생존이라는 단어를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적자생존이 마치 진화과정의 전반을 설명하는 것처럼 사용되고, 또한 이 말이 자연선택의 의미를 완전하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진화생물학에서는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쓰지 않게 되었으며 적자생존과 자연선택과는 다른 의미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유전에 관한 멘델(G. Mendel)의 법칙(멘델의 유전법칙)은 세 가지입니다. 우열의 법칙(서로 대립하는 우성 유전 인자와 열성 유전 인자가 있을 때 우성 유전 인자의 형질만이 나타남), 분리의 법칙(우성만 보이던 잡종 1세대를 교배하면 서로 다른 유전자가 나뉘어 들어가 우성과 열성이 일정한 비율, 예컨대 3:1로 분리되어 나타남), 독립의 법칙(서로 다른 형질을 나타내는 유전자는 각각 독립적으로 행동함. 예컨대 9:3:3:1과 같은 독립분리)이 그것입니다.
다윈의 진화론, 라마르크의 용불용설, 멘델의 유전법칙을 정리해보면 생물계에는 우성인자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우월한 형질(우월한 품종)도 열등한 형질(열등한 품종)도 모두 살아남아서 다양성이 보존된다는 것입니다. 우월한 형질은 비율의 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우월한 형질만 살아남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우월하다는 것은 그 환경에 적합하다는 의미이지, 절대적인 우월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서로 다른 형질 또는 품종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으로서 경쟁을 거치며, 그 환경에 적합한 형질 또는 품종이 적자생존의 형태로 유지되는 것이고, 또한 그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열등한 형질이나 품종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적합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존재하게 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생태계의 현상에서 빠트릴 수 없는 것은 공생(共生 symbiosis, 각기 다른 두 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공생(쌍방에 도움이 되는 상리공생 相利共生, 한쪽만 도움이 되는 편리공생 片利共生, 한쪽만 손해를 보는 편해공생 片害共生, 한쪽에는 도움이 되나 다른 한쪽은 피해를 보는 기생 寄生)이 있으며, 이러한 공생관계도 생태계가 유지되는 중요한 방식입니다.
자연계의 작용을 특징짓는 과정은 진화(자연선택), 생리적 적응과 전달(용불용설), 유전, 기생 등인데, 이들의 기저(基底)에는 다양성의 유지라는 엄숙하고 장엄한 원칙이 있습니다. 다양성이란, 실재하는 생명체는 모두 소중하고 그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각 가치의 조화를 통해 생태계가 더욱 풍요롭게 됨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생존경쟁의 과정에서 탈락하는 형질이나 품종이 있기도 하지만, 그 공백은 곧 다른 형질이나 품종에 의해 채워져서 다양성은 여전히 보존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보기에 복잡하고 다양한 생존환경이 지속되는 건 이러한 생물학적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며, 종(種)의 다양성은 따라서 풍성함과 윤택함의 지표라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종의 공존과 공생이 자연계의 참 모습입니다.
인간의 세상에는 이러한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렵습니다. 자연선택 외에 인위적인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인간에게 필요한 정도에 따라 우열을 가리고, 우(優)만 남기고 열(劣)은 배제하려는 공작을 집요하게 시도합니다. 우열의 구분은 끝없는 경쟁을 불러오며, 결국은 모두가 열등해질 수밖에 없는 피폐한 경쟁구도를 만들어 놓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