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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Nov 20. 2020

한국 음식과 중국 음식 사이

한국에 사는 중국인 아내를 위한 남편의 노력

'지겹지도 않나? 점심에 맨날 한식 먹는데 저녁 회식도 한식이야?'

회식 장소가 한정식 집으로 정해지게 되면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돌솥에 나오는 따뜻한 밥 한 숟가락에

간이 잘 배인 조기나 고등어구이 한 점 올려서 한 입하고

그 사이사이 정갈한 나물 반찬과 겉절이 한 입 베어 물고

뜨끈한 물에 잘 불린 구수한 누룽지에 젓갈 하나 얹혀서 마무리하면


아 이래서 한정식 한상 먹고 나면 "잘 먹었다~" 소리가 나오는구나 싶다.


그런데 이런 한정식의 맛을 모르는 사람이 우리 집에 산다.

아내가 못 먹는 한국 음식이 몇 가지 있다.

한 번 맛이라도 보고 맛없다고 다음부터 안 먹으면 할 말이 없겠는데

보기만 하고 입도 대지 않는 음식이 대부분이다.


일단 한국식 반찬류 중 냉장고에 두고 먹는 반찬류 대부분은 입도 안 댄다.

차라리 먹는 반찬류를 나열하는 것이 빠른데, 기껏해야 오이소박이, 겉절이 정도?

오이소박이, 겉절이는 어찌 보면 굉장히 한국적인 음식인데, 도무지 아내 입맛을 알 수가 없네.


그리고 모든 생야채, 모든 냉동식품류, 겉절이를 제외한 김치가 들어간 모든 음식 또한 입에 안 댄다.

놀랍지만 콩나물은 어릴 때 한 번 먹어보고 이제껏 한 번도 먹은 적이 없다고.

샐러드 같은 풀떼기는 집에 고기 사 먹을 돈 없고 가스레인지가 없는 집만 먹는 거라고.


생각해보면 늦게 아내를 가진 연세 많으신 장인, 장모의 식성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노인 입맛.

하루 중 적어도 한 끼는 무조건 쌀밥을 먹어야 되고 찬 음식이나 익히지 않은 야채는 못 먹는다.


그런 아내 덕분에라도 중국음식을 할 이유는 충분했다. 식탁에 나만 먹을 음식만 있을 순 없지 않은가. 

매년 한두 차례씩 다녀오면서 맛 본 중국요리를 나 또한 집에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중국에 다녀올 때마다 재료를 사다가 집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중국음식에 맛을 들이던 차에 가족이 함께 대만에 가서 살 기회가 주어졌다. 

대만에 가고 싶었던 이유가 몇 가지 있었지만 그중에 한 가지를 뽑으라고 하면 음식이었다. 

비록 중국 본토는 아니지만 대만에서도 중국음식을 맛볼 수 있는 만큼 기대가 컸다. 


실제 우리 가족이 대만에 살면서 먹은 한국음식은 남이 사주거나 모임 장소가 한국식당으로 정해졌을 때뿐이었고, 2년간 내 돈으로 직접 한국식당에 가서 사 먹은 적은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원 없이 중국음식을 먹었다.


아내는 알까?

"대만에 간 이유는 당신이 좋아하는 중국음식 때문이었다고!"




'사실 내가 더 많이 먹고, 5kg 쪄서 한국에 돌아온 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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