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사는 중국인 아내를 위한 남편의 노력
'지겹지도 않나? 점심에 맨날 한식 먹는데 저녁 회식도 한식이야?'
회식 장소가 한정식 집으로 정해지게 되면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돌솥에 나오는 따뜻한 밥 한 숟가락에
간이 잘 배인 조기나 고등어구이 한 점 올려서 한 입하고
그 사이사이 정갈한 나물 반찬과 겉절이 한 입 베어 물고
뜨끈한 물에 잘 불린 구수한 누룽지에 젓갈 하나 얹혀서 마무리하면
아 이래서 한정식 한상 먹고 나면 "잘 먹었다~" 소리가 나오는구나 싶다.
그런데 이런 한정식의 맛을 모르는 사람이 우리 집에 산다.
아내가 못 먹는 한국 음식이 몇 가지 있다.
한 번 맛이라도 보고 맛없다고 다음부터 안 먹으면 할 말이 없겠는데
보기만 하고 입도 대지 않는 음식이 대부분이다.
일단 한국식 반찬류 중 냉장고에 두고 먹는 반찬류 대부분은 입도 안 댄다.
차라리 먹는 반찬류를 나열하는 것이 빠른데, 기껏해야 오이소박이, 겉절이 정도?
오이소박이, 겉절이는 어찌 보면 굉장히 한국적인 음식인데, 도무지 아내 입맛을 알 수가 없네.
그리고 모든 생야채, 모든 냉동식품류, 겉절이를 제외한 김치가 들어간 모든 음식 또한 입에 안 댄다.
놀랍지만 콩나물은 어릴 때 한 번 먹어보고 이제껏 한 번도 먹은 적이 없다고.
샐러드 같은 풀떼기는 집에 고기 사 먹을 돈 없고 가스레인지가 없는 집만 먹는 거라고.
생각해보면 늦게 아내를 가진 연세 많으신 장인, 장모의 식성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노인 입맛.
하루 중 적어도 한 끼는 무조건 쌀밥을 먹어야 되고 찬 음식이나 익히지 않은 야채는 못 먹는다.
그런 아내 덕분에라도 중국음식을 할 이유는 충분했다. 식탁에 나만 먹을 음식만 있을 순 없지 않은가.
매년 한두 차례씩 다녀오면서 맛 본 중국요리를 나 또한 집에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중국에 다녀올 때마다 재료를 사다가 집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중국음식에 맛을 들이던 차에 가족이 함께 대만에 가서 살 기회가 주어졌다.
대만에 가고 싶었던 이유가 몇 가지 있었지만 그중에 한 가지를 뽑으라고 하면 음식이었다.
비록 중국 본토는 아니지만 대만에서도 중국음식을 맛볼 수 있는 만큼 기대가 컸다.
실제 우리 가족이 대만에 살면서 먹은 한국음식은 남이 사주거나 모임 장소가 한국식당으로 정해졌을 때뿐이었고, 2년간 내 돈으로 직접 한국식당에 가서 사 먹은 적은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원 없이 중국음식을 먹었다.
아내는 알까?
"대만에 간 이유는 당신이 좋아하는 중국음식 때문이었다고!"
'사실 내가 더 많이 먹고, 5kg 쪄서 한국에 돌아온 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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