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셋, 잠시 멈추기로 결심하다
2021년 3월의 어느 날,
나는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과 마주 앉아 아무 말없이 땅만 보고 있었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물었다.
"좀... 쉬고 싶으신가요?"
평생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본 적이 없는 말로 대답했다.
"네.... 제 마음이 좀 힘든 것 같아요.... 쉬고 싶습니다."
마음이 무너지는 듯한 쓰라림과 함께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터져 나왔다. 십 수년을 우울감과 함께 살아왔지만, 나의 인내와 노력의 끝에 행복이 있을 거라는 확신과 함께 앞만 보고 달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줬어야 했었고, 설사 내 잘못이더라도 나만큼은 내 편이 되어줬어야 했다. 어리석게도 나는 이 모든 것을 내 몸과 마음이 무너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지쳐버린 내 몸과 마음을 돌보기 위해,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늦었지만 잠시나마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기로 결심했다. 참 많은 생각과 용기가 필요했지만, 어쨌든 소중한 내 삶이니까.
내 나이 서른셋, 그렇게 잠시 멈춰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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