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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러던 어느날 Nov 04. 2021

00) 5년 차 직장인, 공황장애와 맞서다

서른셋, 잠시 멈추기로 결심하다

2021년 3월의 어느 날,

나는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과 마주 앉아 아무 말없이 땅만 보고 있었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물었다.


"좀... 쉬고 싶으신가요?"


평생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본 적이 없는 말로 대답했다.


"네.... 제 마음이 좀 힘든 것 같아요.... 쉬고 싶습니다."


마음이 무너지는 듯한 쓰라림과 함께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터져 나왔다. 십 수년을 우울감과 함께 살아왔지만, 나의 인내와 노력의 끝에 행복이 있을 거라는 확신과 함께 앞만 보고 달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줬어야 했었고, 설사 내 잘못이더라도 나만큼은 내 편이 되어줬어야 했다. 어리석게도 나는 이 모든 것을 내 몸과 마음이 무너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지쳐버린 내 몸과 마음을 돌보기 위해,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늦었지만 잠시나마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기로 결심했다.  많은 생각과 용기가 필요했지만, 어쨌든 소중한  삶이니까.


내 나이 서른셋, 그렇게 잠시 멈춰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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