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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람 Aug 22. 2024

동전의 양면

옻나무


 동전에는 양쪽 면이 있다. 이를 인간사회에 지혜롭게 활용한 교훈이 ‘동전의 양면’이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는 두 가지 비교되는 속성이 있다는 뜻이다. 언뜻 어렵고 특별한 말 같지만, 세상사 대부분이 여기에 적용될 수 있다. 가장 쉬운 예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조차도 동전의 양면이다. 글쓰기는 행복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힘들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에게는 공포스러운 대상이 있다. 시대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맹수나 귀신 또는 악당처럼 무서운 사람도 될 수 있다. 내가 산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은 나무 중에도 있었다. 옻나무가 공포의 대상이었다.

 옻나무 진액(옻)이 피부에 닿아 작은 발진(종기)이 생겨 심한 가려움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옻나무는 절대 건들지 않았고 피해 다녔다. 지금도 특이 체질이나 알레르기에 민감한 사람은 경계 대상이다. 이렇게 옻은 사람에게 해를 끼친 독(毒)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음식점에는 이상한 메뉴가 있었다. ‘옻닭’이다. 왜 무서운 옻나무를 닭과 같이 삶아 먹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옻이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인체에 여러 가지 약리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특히 따듯한 성질을 가진 최고의 위장약이며 추위를 이기는 보양식이다. 독이었던 옻이 닭을 만나 약(藥)이 되었다. 옻나무는 이렇게 동전처럼 뚜렷한 양면이 있다.      

 독과 약이 되는 물질은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 물질을 사용하는 시기, 방법, 용량이 중요하다. 어쩌면 당연한 자연의 순리이며 이 중에도 옛날부터 ‘용량이 독을 만든다’가 정설로 전해왔다. 물질의 고유 성질만으로 유익이나 유해를 따지지 않고 용량이 결정한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원칙이다.

 안전한 효과로 알려진 진통제 세계 판매 1위 타이레놀은 약물중독 사례도 1위라고 한다. 과다 복용이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술도 음주량에 따라 약주 또는 독주가 될 수 있다.

 ‘보툴리눔’이라는 세균이 만드는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있다. 이를 저농도로 희석해 눈깜빡임 증상을 치료하다가 주름을 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늘날 ‘보톡스’가 그렇게 태어났다. 동전의 양면처럼 용량에 따라 독과 약이 된 사례이다.

 옻은 긍정적인 면이 더 있다. 매우 어두운 밤을 ‘칠흑같이 어둡다’라고 말한다. 칠흑이란 ‘옻칠처럼 검고 광택이 있다’라는 뜻이다. 옻이 공기에 닿으면 양질의 흑색 도료가 된다. 변색되지 않고 부패를 방지시켜 현재에도 중요 목재를 보호하여 내구성을 높이는 용도로 사용한다.     


 어릴 때 옻이 올라 고생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옻나무를 만나면 지금도 섬뜩하다. 그래도 해로운 부분을 잘 대처하면 사람에게 이로움이 많은 나무였다. 양면을 알고 나면 다르게 보인다.

 사람 간의 소통에서도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닐 때가 있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한다’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도 현재 처한 상황뿐만 아니라 다른 측면도 고려하자는 의미이다. 동전의 양면과 원리는 다르지 않다.

     

 옻나무는 옻나무과() 낙엽 활엽 교목이다. 영어 이름은 발음이 익숙한 라커나무(Lacquer tree)이다. 참옻과 개옻이 있는데 봄나물의 여왕인 옻순 등 식용은 참옻이고 흔히 부르는 옻나무를 말한다.

 옻은 한자로 칠()이라 옻칠이라는 말이 생겼다. ‘옻칠은 옻나무에서 채취한 액체인 재료도 되고 그것을 바르는 일 공정을 나타내는 중의적인 용어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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