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바람 쐬고 올게요
2024.10.20(일)
자고 일어나니 따뜻한 공기가 느껴져요.
아이들이 함께 있어요.
늘 외롭게 혼자 밤을 지새워 울곤 했는데...
나와 눈을 마주친 아이들이 나를 쓰다듬어요.
따뜻한 이 손길이 좋아요.
음식도 내어줘요.
덕분에 밤새 허기진 배를 채워요.
밖으로 나가고 싶어 문 앞에 앉아요.
유리문이라 지나가는 차를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봐요.
잘 보이기만 할 뿐 나갈 수가 없어요.
갑갑해요.
눈치 빠른 둘째가 나를 안고 밖으로 나가요.
역시 바깥공기는 맑아요.
햇살이 좋고 바람도 불어 좋아요.
걷다가 엎드리다가 눕다가
먼 곳이 보여 그곳으로 향하려 하니 나를 낚아채요.
다시 매장 안으로 들어왔어요.
아주머니가 보였고 나를 쓰다듬어요.
둘째의 품에 안겼다가 첫째의 품에 안겼다가 셋째의 품에 안겼다가
바닥에 발이 닿을 시간이 더 적어요.
첫째가 아주머니를 향해 말해요.
"카우가 결막염이 있는 것 같아. 병원에 가봐야 해. 치료비도 얼마 안 한데."
모두가 나의 눈만 쳐다봐요.
그런 후 병원 이야기만 오고 가요.
주섬주섬 다들 옷을 입어요.
첫째가 담요로 나의 몸을 감싼 후 품에 안아요.
자동차를 타요.
진짜 병원에 가나 봐요.
나를 서로 안고 가겠다며 차 안에서 아이들의 실랑이가 벌어져요.
최강자는 첫째인가 봐요.
나를 끝까지 안고 가는 걸 보면.
병원에 도착했어요.
이번에는 무슨 일이 펼쳐질까요?
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안고 진료실로 들어가요.
의사 선생님의 손길에 내 몸은
이리저리 흔들리고 꼼꼼하게 살펴봐요.
얼굴도 닦아줘요.
억지로 약도 먹여요.
이때부터 속이 좋지 않아요.
제가 무엇을 먹은 걸까요?
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안아요.
아이들과 아주머니가 진료실로 들어와요.
드디어 첫째의 품에 다시 안겼어요.
익숙한 향기에 안정감이 들어요.
이제 집으로 되돌아가면 되는데 쉽사리 일어나지 않아요.
속도 좋지 않아요.
드디어 일어섰어요.
그런데 집으로 바로 향하지 않아요.
주차된 차 안에서 첫째와 함께 기다려야 한데요.
도대체 언제 집에 가는 걸까요?
기다림의 시간이 꽤 흐르니 아주머니와 막내가 차에 탔어요.
시동을 켜고 차가 움직이는걸로 보아 드디어 집으로 이동하나 봐요.
급 고단해져서 첫째의 품에 안겨 눈을 붙여요.
단잠에 빠지려는데 집에 도착해 버려서 다시 잠이 깨요.
어지러워요.
땅을 걷고 있어도 어지러워요.
약 때문인지 차멀미인지 속이 좋지 않아요.
몇 발자국 걷지 못하고 바로 토해버려요.
매장 안이 답답하게 느껴져요.
밖에 나가고 싶어요.
사람들은 좋은데 불편한 일이 여러 번 생기니 불안해요.
토하고나니 응가가 마려워요.
응가 자세를 취하니 첫째가 나를 안고 밖으로 나가요.
이상한 바닥에 나를 내려놓아요.
발이 푹푹 빠져서 중심 잡기가 어려워요.
모든 상황들이 낯설어 도망치고 싶어요.
저기 주차된 차 밑으로 도망가야겠어요.
차 밑을 지나 차 밖으로 유유히 빠져나왔어요.
아무도 나를 잡지 않아요.
좀 더 멀리 걸어가야겠어요.
신기한 것도 많은데 왜 못 나가게 했던 걸까요?
나무, 풀, 꽃향기가 좋아요.
바닥에 굴러다니는 장난감들도 재미있어요.
산책을 좀 더 즐겨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