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며느리 되기 3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나에게..
남동생에게서 잠깐 얼굴 보자는 연락이 왔다.
핑계를 대며 다음에 보자고 했지만
회사 근처로 오겠다고 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들키고 싶지 않았다는 게 맞다.
동생은 커피숍 문을 밀고 들어와 두리번거리더니
앉아있는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동생은 자리에 앉으며
"누나~ 잘 다녀왔어? 음식 하느라 힘들었지?
안색이 좋지 않네. 어디 아픈 건 아니지?"
" 피곤해서 그래"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회사에 들어가 봐야겠다며
내게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나는 무슨 봉투냐면서 열어보았다.
신권으로 만원 한 묶음이었다.
"이게 뭐야? 무슨 돈이야?"라고 물었다.
동생은 봉투를 내 손에 쥐어주고는
"누나 선물이야~ 이 돈으로 누나 위해서 써.
근사한 데 가서 맛있는 거 사 먹든지 옷 한 벌 사든 지.."
나는 손사래를 치며 봉투를 받지 않으려 했다.
"무슨 말이야? 이 돈은 훈이 엄마 줘.
마음만 받을게.. 누나 돈 있어~"
"누나 돈 없을까 봐 주는 거 아냐.
돈 있어도 누나 자신한테는 아까워서 못쓰잖아.
이 돈은 누나만을 위해서 써.
누나한테 꼭 이렇게 해주고 싶었어.
우리 와이프한테는 더 큰돈 줬으니
맘 쓰지 말고 편하게 받아.
누나 동생 사업 잘되고 있어. 받아도 돼.
바빠서 회사 들어가 봐야 해.. 담에 통화해"
동생은 봉투를 내손에 다시 쥐어주고는 서둘러갔다.
눈물이 났다.
참으려고 하면 할수록 돌덩이를
삼킨 것처럼 아파왔다.
한동안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돈이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니다.
내 삶이 고단해 생각조차 못해 봤지만
생각을 해봤더라도 쉽지 않았을 일이고
나라면 동생에게 못했을 일이었다.
ᆞ
ᆞ
ᆞ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우리 남매들은
좀 더 끈끈해졌다.
삶의 고비마다 동생들은 언제나 내편이 되어주었다.
특히나 남동생은 보통도 안 되는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치켜세우며
힘을 주었다.
내 백그라운드이자 때로는 오빠 같은 동생이기도 하지만 마음 아파할 것을 생각하면
동생에게는 차마 지금의 내 상황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행복해지기 그리고 단단해지기로 했다.
ᆞ
ᆞ
ᆞ
명절 후 집안 분위기는 냉랭했다.
남편과 나는 서로의 동선이 겹치지 않으려
각자의 공간을 지켰다.
변화와 그 후의 상황을 감당하기 힘들 때마다
순간을 점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피한다고 있던 일이 없어지지 않듯이 마주해야 하고
매듭을 풀든 자르든 선택을 해야 한다.
ᆞ
ᆞ
ᆞ
남편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