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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국밥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그곳의 아침에는 누군가의 저녁이 있다.

by 달달한 잠 Mar 21. 2025

평일 휴무.

오랜만에 남편과 휴무일이 겹쳤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정리를 했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아침을 먹으러 국밥집에 갔다.


이미 두 개의 테이블에 손님들이 있었다.

색깔과 로고만 다를 뿐 작업복이라는 것을 짐작케 하는 점퍼를  입고 있거나

의자 등받이에 걸쳐둔 손님들이었다.

그들의 테이블에는 비어있는 몇 개의 소주병과

아직 다 비워지지 않은 소주병이 있었다.

비워진 술잔들과 막 채워진 술잔,

반쯤 빈 술잔들도 있었다.

잠을 자고 일어난 우리에게는 하루의 시작인 아침이지만

밤새워 근무했을 그들에게는 하루의 마침이라는 것을  소주병과 소주잔이 알려주었다.

문득, 그들의 모습에 교대근무 하던 시절 속의 나의 모습이 대입되었다.


멋스럽고 예쁜 커튼대신 햇빛을 충분히 가리기 위한 암막커튼을 끝까지 내리고 낮동안 잠을 잤을 것이다.

낮과 같은 강도의 밤을 보내야 하는 야간근무자들에게

밤잠과는 다른 순도의 낮잠을 불평할 여유는 없을 것이다.

해가 떠 있는 동안 깊은 잠을 거부하는 몸을 뒤척거림으로 달래 가며

억지로 잠을 청하는 것은 밤근무 첫날의 이야기 일뿐

다음날부터는 잠이 드는지도 모르게 잠들 수 있겠지.


밤이 깊어 갈수록 감기는 눈을 느낄 때마다,

'낮에 좀 더 자둘 걸..'

'낮에 그때 깼을 때 일어나지 말고 더 잤어야 되는데...'

후회도 하겠지.

시간이 새벽을 향해 달릴수록 머리는 더욱 멍해지고

쓰린 속을 무시한 채 하염없이 카페인을 밀어 넣으며 바랬을 것이다.

뇌에 안개 낀 듯한 이 흐리멍덩한 느낌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잠깐이라도 졸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을 때 운이 좋다 생각하며 잠시 엎드려 눈을 붙였을까,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 억지로 억지로 잠을 쫓았을까?


알람소리에 몸을 겨우 일으켜

충분치 못한 지난밤의 잠에 아쉬움을 느끼며

누군가는 깨어날 때

다가온 퇴근시간,

무사히 하루를 끝내고 피로함과 고단함을 뜨끈한 국물과 알싸한 소주 한 잔으로 달래고 싶은 간절함은

해가지는 저녁에 퇴근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이른 아침 국밥집, 누군가의 아침과 누군가의 저녁이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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