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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부부 Oct 30. 2022

MBTI

요즘 유행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mbti. Mbti는 사람의 성격을 16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었다. 에너지의 방향이 외향형(e)인지, 내향형(i)인지, 인식의 방식이 감각적(s)인지, 의사결정 및 판단에 있어서 직관적(n)인지, 사고적(t)인지, 대처방식과 같은 생활양식이 감정적(f)인지, 판단적(j)인지, 인식적(p)인지에 따라 16가지의 성격유형으로 분류된다. mbti에 푹 빠진 사람은 누군가를 만났을 때 “너 mbti 뭐야?”라고 물으며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단순하게 mbti로 사람을 평가하는 일도 종종 생기는 듯하다. 그중 사람들을 가장 크게 구분하는 것이 내향형과 외향형인데, 에너지의 방향이 밖을 향하는지, 안으로 향하는지에 따라 나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외향형인 사람이 옳은 것이라고, 내향형인 사람은 틀린 것처럼 보일 때가 많은데, 내가 만난 초록이도 그랬다.      

초록이를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조용해 보이는 듯한, 체격이 좋은, 청소년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온 초록이는 수업시간이 되자 조용히 치료실로 혼자 들어왔다. 내가 인사를 건네자, 1-2초 정도 뜸을 들이며 내 질문에 대답하던 초록이는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거나 나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나와 마주 앉아 내가 하는 질문에 대답을 하되, 대답을 할 때는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초록이를 만나기 전 초록이의 치료 의뢰 사유를 봤을 때 ‘자기표현에 어려움이 있음.’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자기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내담자가, 이 정도로 구체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표현한 것만 해도 의외라고 생각했다.  처음 만난 그날은 자기 자신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인드맵을 함께 만들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초록이는 ‘악기 좋아함’, ‘음악 감상 좋아함’이라고 표현하며 자기 자신을 소개했다. 그래도 음악이라는 공통점이 생긴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놓였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물었을 때 초록이가 즐겨 듣는 음악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팝송을 좋아하고, 느린 곡보다는 빠른 곡을 좋아하는 초록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내게 소개하며 굉장히 행복 해하는듯한 모습이었다. 


초록이를 만나고 난 후 고민이 시작되었다. 초록이가 가진 진짜 어려움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시간이 조금 걸리는 편이지만, 충분히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었기에, 내가 초록이의 어떤 부분을 도와야 하는 건지 고민되기 시작했다. 이 고민을 해결할 방법은 부모상담뿐이라는 생각에 초록이의 부모상담시간에 초록이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나누기로 했다. 초록이의 일상생활, 학교생활에 대해 물었을 때 초록이의 어머니는 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초록이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이야기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초록이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어머니는 초록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어떤 어려움이 있는 것 같은지 물었을 때, “청소년이면 친구들하고 놀러도 가고, 떡볶이를 먹으러 간다던지, 축구를 한다던지 해야 하는데, 초록이는 집을 너무 좋아한다.” 고 했다. 머릿속에는 그게 왜 문제인 건지 의문이 가득했지만, 일단 초록이 어머니의 말을 계속 들었다. “길에서 친구들을 만나도, 뭐 불러서 인사를 한다던지 그런 게 없어요. 친구를 만난건데말이에요.”라는 초록이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알게 되었다. 내가 초록이와 어떤 것들을 해야 하는지. 


내가 초록이와 할 작업들은 외향적인 가정에서 살아남는 내향인의 삶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외향적인 것들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내향인으로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초록아, 너의 삶이 틀린 게 아니야!”라고 지지해주는 역할을 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부모상담 후 초록이는 자연스레 친구들에 대한 언급도 시작했다. 이때다 싶어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는데 오히려 초록이는 굉장히 담담하게 “수다도 떨고, 게임도 하고. 똑같이 놀아요.”라고 답했다. 집을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초록이에게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무엇을 하는지 물었을 땐 “친구들도 다 저랑 비슷해서, 집에 가서 쉬는 걸 좋아해요. 학교에서 다 같이 나와서 각자 집으로 흩어져요.”라고 말하는 초록이를 보며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모습이 강조되는 학교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이젠 나 홀로 충전시간을, 아주 안정적인 집에서 보낸다는 것이 결코 이상한 건 아니었다. 핸드폰도, 자동차도 모두 충전을 해야 사용할 수 있는데, 사람도 충전되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였으니까. 상담을 지속하며 다행히도, 이런 초록이의 모습을 조금씩 이해하는 초록이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내가 초록이와 나눈 대화와, 숨은 의미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 다르네요.”를 외치던 초록이의 어머니. 아마 초록이뿐만 아니라 외향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 생긴 것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르고, 모두 다 다르다. 그런 사람을 일정 범주안에 구겨 넣으려고 하는 모습들이 눈에 보일 때마다 참 안타깝다.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건데.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건데.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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