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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부부 Oct 30. 2022

대학원생으로 산다는 것

2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3월에 대학원에 입학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에서의 학교생활을 시작했고, 로망과도 같았던 in 서울 생활은 생각보단 특별할 것이 없었다. 내가 입학한 대학원은 교육대학원으로, 야간과정이었기에 주간에는 유아음악교사로 일하며 직장생활도 병행했다. 매일같이 많은 악기들을 챙겨 낮에는 서울 전역을 돌아다니며 어린이집, 유치원, 놀이학교를 출강하는 음악교사생활을 했고, 저녁에는 음악치료사가 되기 위한 꿈나무 생활을 했다. 수업이 많고, 열정 넘치기로 유명한 우리 학교에선 매일매일 넘쳐나는 과제와 끝없는 발표들로 하루를 허덕이며 살아가기도 부족했다. 그래도 새로운 것을 배워나간다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사랑이 넘치는 동기들을 만났고, 난 그중 막내로 예쁨 받으며 학교를 다녔다. 대학교와 대학원은 생각보다 다른 점이 많았다. 대학교에서는 교수님이 하라는 것들을 하면 A+이었는데, 대학원에선 교수님이 뭘 해야 할지 알려주는 과정 자체가 없었다. 뭘 해야 할지도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 대학원생의 숙명이었던 것 같다.      

매번 떠먹여 주는 밥을 먹다가 밥을 차려먹으려니 쉽지는 않았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고민하며 제일 먼저 했던 일은 다이어리를 구입하는 일이었다. 모든 과목에서 쏟아지는 과제들과, 관찰 실습, 임상실습 등 수많은 스케줄을 빠뜨리지 않기 위해 다이어리가 필수인 것 같았다. 수업은 대부분 야간에 이루어졌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다가 저녁에 강의를 들으려면 체력은 필수인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원을 입학하고 첫 시험기간이 되어 밤을 새워 공부하고, 실습을 다녀오고, 과제를 하니 코피가 주르륵 났을 정도니까. 생각보다 다양한 강의들이 있었다. 음악치료사로서 전문성을 키워나가고, 나의 관심대상이 무엇인지 배우기에 좋은 강의들이 참 많았다. 그럴수록 과제도 많고, 해야 하는 발표와 시연들로 바빴지만,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대학원생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눈 딱 감고 해 나가기로 했다.     

 

음악치료사가 된 지금, 대학원에 열심히 다니던 시절을 떠올리면, 열심히 듣던 강의들이 생각난다. 음악치료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고, 그중 장애아동에 대해 자세하게 배울 수 있는 강의도 있었다. 또 평소에 관심이 많던 의료환경에서의 음악치료에 대해 자세하게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글을 통해 배우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는 시간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강의와 발표, 수많은 논문, 치료 세션 시연 등을 통해 음악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고 배우며 새로운 시각을 많이 갖게 되었다. 과제를 하며 논문도 참 많이 읽게 되었다. 강의마다 교수님들께서 “논문을 많이 읽어야 해요. 정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해요.”라고 말해주신 것을 기억하고, 읽게 되는 논문들을 주제별로, 대상별로 정리하기 위한 노력도 했다. 처음엔 잘 읽히지 않던 논문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읽히는 것을 느끼며, 나 자신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성장을 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많은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면서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달려들려고 애썼다. 주간에는 수많은 악기들과 함께 노트북을 챙겨 다니며 짬이 날 때마다 과제를 해서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했고, 야간에는 정말 나의 모든 집중력을 끌어모아 수업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늘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라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내가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대학원생으로 산다는 건, 내가 가진 시야를 넓히고 또 넓혀서, 나 자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더불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 과정을 거쳐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는 것이기에, 누군가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낮과 밤을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며 보내게 되는 것 같다. 쉽지만은 않은 시간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대학원생으로 산다는 건, 대학원 동기들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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