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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부부 Oct 30. 2022

동기사랑 나라사랑

‘동기사랑 나라사랑’이라는 말은 대학원 생활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말이다. 치열한 대학원 생활을 이겨내기 위해 함께 같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동기들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대학원 생활은 나 혼자 잘한다고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 스스로 꼼꼼하게 잘 챙긴다고 하지만, 매번 빠트리는 부분이 생겼고, 과제를 할 때 팀 과제를 해야 하는 상황도 적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동기들이 있다는 건 정말 큰 힘이 되었다. 놀랍게도 나에겐 동기가 둘이나 있다. 두 명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동기가 2그룹이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2016년, 대학을 졸업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나는 생일이 빠른, 23살 막내였다. 함께 대학원 생활을 하게 된 동기들은 모두 언니들이었다. 너도나도 처음 배우는 과목들은 낯선 것들 투성이었고, SMT라고 불리던 학생음악치료사(Student MusicTherapist)로서, 교수님들 앞에서 선보이는 발표와 시연은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막내로서 언니들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또 막내라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동기 언니들과 시간을 보냈다. 맡아야 하는 일이 있으면 맡아서 하려고 하기도 했고, 동기 언니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면 주저 없이 돕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첫 동기, 찐 동기들과 참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어설픈 모습으로 팀 발표를 준비하고, 교수님 앞에서 한 명은 치료사, 한 명은 내담자가 되어 시연을 하는 날엔 마음속으로 ‘동기사랑 나라사랑’을 수도 없이 외치며 순간의 부끄러움을 견뎌내기도 했다. 한 달에 1번씩 진행되었던 음악치료 전공생이 모두 모이는 전체 수업에서는 동기들끼리 나란히 앉아 강의를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함께 간식을 나눠먹기도 하고, 동기들끼리 발표를 준비하는 등 ‘동기 언니들이 없이 내가 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시간들이었다. 한 학기가 마무리될 때 동기들과 학교 벤치에 둘러앉아 과자와 음료수를 먹고 마시며 종강파티를 가졌던 것도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아쉽게도 나의 첫 동기들과는 한 학기의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 한 학기 수강 후 결혼을 하고, 결혼과 동시에 외국에 나갈 기회가 생겨 외국에서 1년 6개월의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동기들과는 짧고 소중했던 한 학기의 시간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나의 첫 동기이자 찐 동기이기에 아직까지도 동기 언니들과 소통하며 그때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결혼 후 외국에서 1년 6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한국에 돌아와 대학원 복학을 준비했다. 동기들 없이 내가 대학원 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산더미였지만, 다행스럽게도 공백 기간이 길었기에 대학원 과정은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렇게 나의 새로운 뉴(new) 동기들이 생겼다. 찐 동기들 사이에서는 막내였는데, 1년 6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니 뉴 동기들 사이에서는 중간 즈음되는 나이였다. 언니들도 있고, 친구도 있고, 동생들도 있었다. 새롭게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어색한 일이었지만, 동기가 없이는 해나갈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도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나 짧은 사이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들과 다른 학번을 가진 나를 받아주고, 뉴 동기라고 인정해준 언니, 친구, 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참 컸다. 그렇게 나는 뉴 동기들과 남은 대학원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강의를 함께 듣고, 실습을 함께 나가고, 소그룹으로 진행되는 임상분석 수업에서도 동기와 같은 팀으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참 큰 힘이 되었다. 아무 조건 없이 마음이 든든해지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찐 동기들과 그랬던 것처럼, 음악치료 전공생 모두가 모이는 전체 수업에서도 나란히 앉아 간식을 나눠먹고,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는 등 ‘동기사랑 나라사랑이란 이런 것이다!’를 몸소 실천하며 대학원 생활을 했다. 학기가 올라갈수록 어려워지는 강의와 과제들, 거기다 임상실습과 인턴십, 논문 과정까지 모두 뉴 동기들과 함께했다. (물론, 중간중간 찐 동기들과 함께 수업을 듣거나, 발표를 준비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임상실습을 하며 감당할 수 없는 우울함이 찾아오면 함께 울어주고, 종강을 하면 신나게 함께 웃고, 논문을 쓰며 함께 지쳐 쓰러지다가 또 함께 밥을 먹을 땐 그 누구보다 행복해했던 시간들을 모두 그들과 함께 했다.      


세상엔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 참 많은 것 같다. 그중 하나는 누가 뭐래도 대학원 생활이다. 함께 같은 시간을 버티고, 또 버티며 든든하게 함께해줄 동기들은 대학원 생활의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다. 찐 동기 언니들과, 뉴 동기들과 함께한 대학원 생활은 내가 묵묵히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한 중요한 사람들이 되었다. 그래서 이 말이 유효한가 보다. ‘동기사랑 나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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