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사려~, 봄, 봄, 봄봄봄. . .
나잠든 대지우에
나잠든 대지우에 별빛들 나려나려
태곳적 전설들이 밤하늘 수놀적에
그리움 홀로외로워 밤을새워 서러다
님가신 먼먼길을 나홀로 더듬어서
은하길 한발두발 님찾아 헤맬적에
천년을 천만번헤어 님의모습 그리다
나잠든 무덤가에 한송이 패랭이꽃
한밤중 별빛받아 서러이 흐느낄제
한눈물 눈물눈물이 별빛담아 서러다
가실제 떠나실제 손들어 훠이훠이
내울음 설워설워 목메어 삼키고서
나잠든 대지우에다 별빛가득 주소서
봄이 되면 들판 저 멀리에서 아른아른 올라오는 것이 있다. 마치 가마솥에서 나는 김처럼. 그러나 흐릿하면서도 흔들리는 듯도 하고 어딘지 가녀린 듯, 아쉬운 듯 그렇게 피어나다가 이내 봄의 대기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들. 아지랑이.
아리아리, 어리어리……. 한참 바라보노라면 살짝 어지럽기도 하고 머언 추억으로 잠겨가는 듯도 한 그 정다운 아지랑이. 고약한 과학쟁이들은 봄철의 대기 현상이 어떻고, 지표면의 온도와 주변의 공기 밀도가 차이가 나서 그 주위를 지나는 빛이 굴절되어 그렇다느니 어쩌니 하고 자랑질하지만, 우리네 시골 마음들은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아지랑이는 그냥 아지랑이. 뭔 말이 더 필요한가. 거기서 끝.
아지랑이. 아질아질 어지러운 아지랑이. 어지럼이 아지람으로 되었다가 아지랑이로 변했다고 한다더만, 말만 들어도 아이구 어지러워.
봄의 한낮 하늘은 대개 맑고 깨끗하고 푸르며, 저녁에는 선명한 분홍빛 노을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해가 저 먼 지평선 아래로 질 때 빛이 공기에 반사되고 굴절되면서 분홍빛으로 바뀌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봄비를 라틴어로는 ‘pluvia vernalis’라고 한다. pluvia(비), vernis(봄). 봄에는 기온도 올라가고 습도도 높아져 짧고 가는 비가 자주 내리게 된다. 따라서 봄비가 내리면 산천의 푸르름이 옅은 물기로 인해 더욱 선명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겨우내 얼었던 땅이 갑자기 물러지는 탓에 이 시기에는 적은 양의 비로도 산사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조심해야 한다.
봄 밤 - 김소월
실버드나무의 거므스렷한 머릿결인 낡은 가지에
제비의 넓은 깃나래의 감색 치마에
술집의 창 옆에, 보아라, 봄이 앉았지 않은가
소리도 없이 바람은 불며, 울며, 한숨지어라
아무런 줄도 없이 섧고 그리운 새카만 봄밤
보드라운 습기는 떠돌며 땅을 덮어라
봄밤의 하늘에서는 별들이 밝게 보인다. 겨울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겨울보다는 대기가 맑아져 별들이 더 선명하게 빛나는 것이다.
봄철의 대표적인 별자리에는 목동자리, 사자자리, 처녀자리 등이 있다. 이들이 봄밤의 하늘에서 수많은 전설과 꿈을 만들어내면서 밤, 밤, 밤, 봄밤을 깊어가게 한다.
[목동자리(Bootes)] 북두칠성 손잡이 쪽으로 주욱 나가다 보면 금방 눈에 띈다. 큰곰자리 뒤쪽에 해당한다. 오각형 모양이며, 봄밤의 하늘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 중에서 노란색으로 밝게 빛나는 별이 1등성 아르크투루스(Arcturus)이다. 생각보다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다뱀자리(Ophiuchus)] 밤하늘의 가장 큰 별자리 13개 중에 속하지만, 제일 밝은 별이 2등성이어서 봄밤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이 바다뱀은 머리가 9개 달린 괴물이었다고 한다.
[사냥개자리(Canes Venatici)] 목동자리의 서쪽에 있으며, 목동이 데리고 다니는 두 마리 사냥개를 뜻한다. 그러나 대부분 어두운 별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뚜렷한 특징이 없어서 찾기가 쉽지 않다.
[사자자리(Leo)] 밤하늘 남쪽에 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밝은 별은 레굴루스(Regulus)이며, 북두칠성(Big Dipper)과 함께 아주 잘 알려진 별자리 중 하나로서, 봄밤의 하늘에서는 특히 잘 보인다. 꼬리 부분에 있는 데네브(Deneb)는 대삼각형을 이루는 별 중의 하나이다.
[삼각형자리(Triangulum)] 길고 좁은 삼각형의 형태로, 밤하늘에서 금방 눈에 띄는 별자리이다. 늦가을에서부터 볼 수 있으며, 이른 봄까지도 관측이 가능하다.
[처녀자리(Virgo)] 적도 부근에 있으며, 밤하늘에서 가장 큰 별자리 중 하나. 그러나 처녀자리는 대부분 3등성 이하라서 그 모양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 중에도 1등성 밝기의 별 스피카(Spica)가 있어서 그것을 중심으로 해서 찾으면 쉽게 보인다.
봄, 봄, 봄날의 시, 시, 시들 [겨우 영시 둘뿐이지만. . .]
봄밤, 보슬비가 내린다. 먼먼 추억 속에서 내리는 서러운 비. 아련한 기억 속에서 살며시 다가오시는 님. 창문을 열고 님을 향해 손을 내밀어 본다. 그러나……, 아, 그러나 손가락 사이로 스며들어 어딘가로 사라지는 안개처럼……, 그렇게 저어 먼 서러움을 안고 오시는 이, 봄비……. 밤비…….
Rainy Night
- Langston Hughes
The moon is broken in twain, and half a moon
Before me lies on the still, pale floor of the sky;
The other half of the broken coin of troth
Is buried away in the dark, where the still dead lie.
비 오시는 밤
- 랭스턴 휴스 (1902~67, 미국의 시인)
반으로 나뉘어 톡 쪼개진 달, 반달
쓸쓸한 밤하늘에서 반쪽은 나를 향해 누워 있고
다른 반쪽은 깨어진 언약처럼
죽은 이들이 머무는 곳, 어둠 저쪽에 누워 있구나
비 오는 밤이 꼭 계절을 가리지는 않겠지만, 여기에서는 굳이 봄이라고 우기고 싶다. 이 글의 제목이 '봄날의 잡화점'이니까.
Spring and All
- William Carlos Williams
All along the road the reddish
purplish, forked, upstanding, twiggy
stuff of bushes and small trees
with dead, brown leaves under them
leafless vines—
Lifeless in appearance, sluggish
dazed spring approaches—
봄 그리고 모든 것
-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1883~1963, 미국의 시인)
길가에 떨어진 메마른 잎새들
앙상한 가지만 뾰족하게 내밀고 있는 나목들
덤불이랑 자잘한 관목들 아래는
죽은 이파리들만 수북하고
초라한 덩굴들만 엉켜 있는 채
생기 잃은 게으른 표정으로
봄이 오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누나
속지 말자. 이 시의 봄은 느릿느릿 느려터져서 봄이 온 것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저 혼자 겨울 속에 남아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우리의 봄은, 벌써 훌쩍 우리 곁에 다가온 봄은 화사하고, 생기 있고, 파릇파릇하다 못 해 펄펄 뛰고 있잖은가.
그리하여 우리네 가슴, 가슴, 가슴들……, 벌써 봄맞이로 설레고 있지 아니한가. (그렇지 않은 분들만 빼고.)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