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켄타는 시원한 주스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칼처럼 두꺼운 도구가 아니다. 송곳처럼 가늘고 날카로운 도구다.’
세 구의 시체를 번갈아 떠올리며 켄타는 범행도구를 추측했다.
‘머리에 난 상처들은 돌로 찧은 거 같은데, 기절을 시키기 위해 찧었다면 더 상처가 컸을터... 그렇다면 죽은 시신을 찧은 건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나가는 찰나.
“경부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밉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숙희가 다시 옆자리에 앉았다.
켄타는 숙희의 물음에 대꾸하지 않고 하던 생각들을 계속해나갔다.
“경부님 걱정이 많아 보이세요. 제가 어깨 좀 주물러 드릴게요.” 숙희는 노련하게 돌아앉아 켄타의 어깨를 주물렀다.
“경부님 인력거 김씨 죽은 사건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거예요?”
“너 따위가 어떻게 그 일을 알지?” 켄타가 등 뒤에 앉아있는 숙희를 돌아보며 물었다.
당황한 듯 숙희가 쪽진 머리를 만지며 “가게에 손님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김씨가 손님들을 많이 태우고 왔으니까요.”
“그렇군...” 무심한 듯 대답하며 켄타는 숙희를 쳐다봤다.
켄타는 숙희의 쪽진 머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는 숙희 머리에 꽂혀 있는 비녀를 볼 때마다,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없는 아쉬움을 느꼈다.
“그 비녀 좀 뺄 수 없나?” 괜히 신경질이다.
“호호호. 남편은 죽고 없지만 혼인을 했었으니까요. 호호호호.” 숙희는 켄타의 그런 관심이 재미있다는 듯 까르르 웃어댔다.
숙희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켄타는 숙희를 지그시 바라보며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