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기억수퍼 04화

기억수퍼 – 16 사위 불알 터지는 날

by Li Pul


성복제를 마쳤으면 상청을 꾸미고 비로소 조문받을 수 있다. 그전에는 조문객이 초상집에 와도 인사를 하거나 절을 하지 않는다. 상청은 안방이나 대청마루에 설치하는데 망자의 위패를 모시고 약간의 음식도 배설한다.


곡소리는 끊이지 않아야 한다. 곡소리가 낭자할수록 효자 효녀 소리를 듣는다. 오래전 시골에 사는 지인의 모친 5일장 장례식에 갔을 때다. 부친은 엄격한 유학자였다. 한여름에 굴건 제복을 입은 세 형제는 더위 때문에 초죽음 상태였다. 머리에 쓴 굴건 둘레로 허연 소금꽃이 필 정도였으니까. 조금 쉴라치면 안방에서 어흠! 한 뒤 호통이 들려왔다.

“어허! 소리가 작다!”

그러면 아들들은 화들짝 일어나 “어이고, 어이고” 곡을 하던 기억.

당사자가 죽었을 때는 유월장(踰月葬)을 치렀다. 죽은 달을 지난 다음 달에 그러니까 달을 넘겨 장사를 치르는 것이 유월장이다. 전국에서 유생들이 갓 쓰고 몰려와 그래야 한다고 우겼다. 7일 만에 다음 달로 넘어갈 수 있었고, 계절은 초겨울이었으니 상주로서는 얼마나 다행이었을까. 그래도 그 시골에서 몰려든 유생을 대접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조문온 유생들은 제각기 만장을 썼다. 만장은 가로로 긴 천에 고인을 추모하는 글을 짧게 적는 것인데 상여가 나갈 때 대나무에 달아 상여 뒤를 따른다. 상여가 산으로 올라갈 때 초겨울 바람에 펄럭이던 다양한 색깔의 수많은 만장은 다시 보기 어려운 장관이었다.

오래 산 사람의 호상(好喪)이라고 해도 조문객이 “호상입니다”하고 위로할 수는 있어도 상주 스스로 먼저 호상이라고 하지 않는데 어떤 집에 가면 조문객의 얼굴은 엄숙하고, 상주는 호상이라며 빙그레 웃는다.


상여가 나가기 전날 상여놀이를 한다. 모두가 하는 건 아니고 생활이 넉넉하고 호상인 집에서만 한다. 횡성지역에서는 대돋움이라고 한다.

상여를 메는 사람들이 하루 전날 밤에 모여 미리 발을 맞춰보는 것인데 흥겨운 잔치처럼 진행한다. 상두꾼들이 빈 상여를 메고 자리에서 일어서면 상주가 먼저 상여 앞에 고기와 술을 차려놓고 인사를 한다. 내일 수고해달라는 뜻이다.

상두꾼들은 선소리꾼의 선창에 맞춰 호응하는 소리를 구령처럼 부르며 마당을 돈다. 캄캄한 밤에 커다랗게 피워놓은 화톳불을 중심으로, 선소리꾼이 흔드는 요령 소리와 함께 웅장한 소리로 박자를 맞추는 광경은 무섭기도 하고 흥겹기도 하다.


어느 정도 연습이 됐으면 사위를 불러 상여에 올라타라 한다. 상여는 나무를 얽은 것이라 발 디딜 곳이 마땅찮다. 사위가 상여에 엉거주춤 올라타면 그때부터 다시 상여놀이를 하는데, 이번에는 위아래 좌우로 마구 흔든다. 이걸 ‘사위 다루기’라고 한다. 사위는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고, 그걸 보는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딸이 달려 나와 푸짐한 고기와 술을 내놓고 “내 남편 봐달라”고 싹싹 빌어야 내려올 수 있다. 인심 고약한 곳에서는 “내 남편 불알 터진다” 소리가 나올 때까지 사위를 다룬다.


슬픔이 있는 곳에서는 흥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들. 기억은 하나하나 쌓여가고, 기억은 문화가 되어 뒷사람에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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