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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2 : 퇴근길 연남동 철길공원 한 바퀴

by 범버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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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2 : 퇴근길, 연남동 철길공원 한 바퀴



2호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합정역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 마포구청역으로 가도 되지만 일부러 홍대입구역에서 내린다. 환승역의 번잡스러움이 싫기도 하고, 날씨가 좋은 날 경의선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퇴근길이 꽤 설레기도 하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이름을 따와서 연트럴파크라고 불리는데 그 규모는 센트럴파크에 비하면 앙증맞다. 그렇지만 그 밀도 있는 열기는 센트럴파크에 뒤지지 않는다.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연남동을 가로지르는 연트럴파크를 걷다 보면, 우리나라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도 자주 마주친다. 그들이 보기에도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작은 공원길이 이색적인 매력이 있어 보이나 보다. 야외 음주를 금지한다는 표지판이 곳곳에 있지만 밤이 되면 둘셋씩 모여서 몰래 술을 마시기도 한다.




경의선 숲길 주변의 오래된 연립주택들은 연트럴파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상업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다. 옛 신촌의 상권의 영화를 인근의 연남동 상권이 흡수하면서 연남동 일대는 나날이 발전하는 중이다. 연남동과 서교동 일대 상업시설의 리모델링 대출을 은행에서 여러 번 진행했던 터라 이곳을 걷는 것은 나름의 현장 실사인 셈이었다. 그렇게 나 자신에게 합리화하며 연남동 이곳저곳을 열심히도 걸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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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의 상업시설들은 대규모 자본과 프랜차이즈보다는 아직은 다양한 취향의 개인 상점의 집합체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서 좋다.

작은 독립 서점들과 북카페, 소규모 카페, 노상의 와인 식당 등 아기자기한 감성도 있고 홍대와 가까운 만큼 인디밴드, 레코드 가게 등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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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청바지 매니아들의 성지로 불리는 편집샵 모드맨을 비롯해 밀리터리 빈티지 의류를 판매하는 매그놀리아미스나 옴니피플헤비 같은 매장들을 둘러보며 복각의류, 빈티지 의류를 구경하는 새로운 취향도 찾았다.




연남동도 젠트리피케이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지, 내가 가던 독립서점과 북카페가 문을 닫고 대형 카페로 바뀌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도심 근처 낙후되거나 영세한 상권의 지역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면서 임대료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기존 거주자들과 세입자들이 쫓겨나는 현상을 말한다. 처음에는 자본 유입과 수요 상승으로 이익을 보지만 올라간 임대료를 감당 못하는 원래의 소상공인들은 쫓겨나고, 고가를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위주로 상권이 형성되면 점차 특색이 퇴색되고 발길이 줄어들며 상권도 다시 활력을 잃게 된다. 신촌과 신사동 가로수길이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 사례로 꼽히며 상권이 예전보다 활력을 잃은 상태. 그래도 연남동은 아직까지는 나름의 색깔과 정체성을 유지하며 젠트리피케이션을 잘 방어해내고 있는 듯하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고 확장하는 즐거움과 작은 가게들이 전하는 감성이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는 일종의 무기인 셈이다. 앞으로도 연남동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잃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과 감성을 포용하는 공간으로 남아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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