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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3 : 시흥 거북섬, 꿈은 어디로

by 범버맨
거북섬.png 위에서 바라본 인공섬 거북섬의 모습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시흥시 거북섬 웨이브파크 논란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때 기대를 모았던 대규모 해양관광 개발 프로젝트였지만 현재는 공실률이 87%에 육박하는 유령시설로 전락한 거북섬 일대. 최근에는 투자 실패로 인한 극단적인 선택이 보도될 정도로 분위기가 매우 무겁다. 한 대선 후보가 거북섬이 위치한 웨이브파크를 언급하면서 때아닌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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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시흥에서 근무하던 시절, 회사 사택이 거북섬 근처에 있어서 초창기부터 데이트 장소로 거북섬을 자주 찾았다. 그런 인연 때문인지 투자자가 아님에도 거북섬에 관한 기사나 유튜브 영상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사실 데이트 당시에도 이 많은 공급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많은 관광객이 과연 올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거북섬은 시화공단에 위치한 거북이 모양의 인공섬이다. 인공서핑장 웨이브파크와 아쿠아펫랜드를 유치하여 해양레저 공간으로 개발하겠다는 큰 계획이 있었다. 2020년 전후 부동산 급등기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거북섬 일대는 상업시설과 생활형숙박시설들이 급속히 늘어났다. 하지만 실수요보다는 투자 목적이 대부분이었고, 입주 시점에는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식으면서 교통 인프라 부족과 입지의 한계가 드러났다. 수도권과 접근성이 떨어져 예상보다 관광객 유입이 적었고 현재와 같이 공실률이 극단적으로 높아졌다.


13070.JPEG 시흥시 캐릭터 거북이 해로.


거북섬에 가보면 1층 일부 상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텅 빈 건물이었다. 아내와 이곳을 걸을 때마다 고즈넉함을 넘어 적막감이 감돌았기에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상인들은 임대료와 인건비조차 버거운 상태였고, 임대인들도 부동산담보대출 이자와 관리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다. 초창기에는 스타벅스나 올리브영이 입점할 예정이라는 플랜카드가 걸렸지만 결국 대기업도 입주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소규모 자영업자들만이 간간이 등불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워낙 불리한 환경에서의 자영업이다 보니 오히려 살아남은 식당들은 진짜 맛집으로 검증된 곳들이기도 하다. 아내와 나는 연애 초기부터 이 지역의 식당과 카페를 자주 찾곤 했다. 시흥시 캐릭터인 거북이 해로와 토로 동상들을 찾아서 사진을 찍고 굿즈도 살만큼 시흥시와 거북섬이 잘 되길 응원했건만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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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상가 입주자 사장님들이 모여 주기적으로 회의를 하는 모습도 보았다. 많은 공실로 인해 상권이 살아나지 않아 고민하는 목소리와 함께 어떻게든 고객을 유치하려 머리를 맞대는 사장님들의 노력이 눈에 선하다.


아내가 시흥을 떠나면서 이제는 거북섬에서의 데이트도 요원해졌다. 마지막 날 아내와 함께 거북섬 일대를 드라이브하며 추억을 되새겼다. 훗날 다시 찾을 때에는 지금보다는 활기차고 좋은 모습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역 개발이 단순히 투자수요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음을 절감한다. 지금도 전국 곳곳의 생활형숙박시설이나 지식산업센터들이 공실 리스크라는 큰 뇌관을 안고 있다. 지역민들의 실제 생활과 인프라 개선 없이 투자에만 기대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은 어렵다. 제2, 제3의 거북섬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5685.JPEG 저 멀리 인천 송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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