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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콜레스테롤' 관리기 #3

두 달 노력의 결실: LDL 196→179

by 글쓰기C쁠 Mar 13. 2025

밀가루 섭취를 줄이고, 기존 운동 루틴에 근력을 추가했다. 콜레스테롤, 특히 나의 주적 저밀도콜레스테롤(LDL)을 낮추기 위한 두 달의 노력은 나름의 결실을 맺었다. 피검사 결과 LDL 수치는 15, 중성지방(TG) 수치는 19 낮아졌다. 피를 뽑기 직전에 의사에게 LDL이 얼마 약을 안 먹어도 되는 거냐고 물어봤다. 160 이하라 의사는 나보고 꼭 시험 보는 것 같네요, 담을 다. 맞아요, 이게 뭐라고 저 너무 떨려요.


피검사 결과는 다음날 나왔다. 매를 맞아야 한다면 빨리 맞고 싶어 서둘러 병원에 가봤다. 의사 면담 전에 결과지를 받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숫자를 확인해 봤다. 여전히 경고를 뜻하는 빨간색 숫자였지만 2024년 12월 건강검진 때와 비교하면 총콜레스테롤은 289에서 278로, LDL은 196에서 179로, TG는 90에서 71로 각각 낮아졌다. 예이! 나의 노력은 외면당하지 않았다. 높을수록 좋다는 HDL 90에서 83으로 떨어진 건 함정.


피크를 찍은 2023~2024년과 비교하면 분명 개선된 것이지만 나는 여전히 아쉽다. 의사가 LDL이 160 아래면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한 점도 그렇고, 2020~2022만 해도 LDL153~155 수준에 머물렀었기 때문이다. 의사가 두 개의 선택지를 제안했다. 하나는 약을 복용하기, 다른 하나는 3개월 동안 채식하기. 진짜 채식은 아니고 붉은 고기(red meat: 소, 돼지, 양고기) 섭취를 줄여보자고 했다. 그래서 후자를 선택!


따지고 보면 나는 고기보다는 생선파이긴한데, 고기를 먹 것도 아주 아한다. I LOVE YANG NYEOM GAL BI. 내가 슬프다고 하자, 의사는 고기는 영양학적으로 훌륭하지만 나처럼 다른 이유 없이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에는 조절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닭고기, 흰 살 생선, 두부를 많이 먹으라고 했다. 난 붉은 살 생선도 좋아하는데, 이건 다행히도 콜레스테롤에 큰 영향은 없나 보다.


그래서 앞으로 3개월 간 도전이 계속된다. 브런치에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넘버링을 하면서, 피검사를 했는데 여전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서 약을 먹는 뻔한 결론이 나면 어떡하지? 쓸 내용이 없을 텐데, 하고 걱정 아닌 걱정을 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 마른 콜레스테롤을 주제로 글을 더 쓸 수 있게 됐다. 뭐야, 쓰다 보니 좋은 거야 안 좋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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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의 빈 자리를 채워준 친구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지나온 길을 되짚어 봐야 한다. 두 달간 지켜온 생활습관 중 상수는 이랬다. 우선 매일 아침 출근 전에 운동을 했다. 그전에는 달리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일주일에 최소 2번 근력 운동을 했다. 처음에는 근력 운동 하기가 싫었는데, 이제는 달리기가 더 귀찮아져서 웨이트를 더 자주 하는 주도 있었다. 아침에 운동을 못하면 점심시간에라도 했다.


평일 아침에는 전날 만 오트밀을 먹었다. 우유에 오트밀 다섯 스푼에 아마시드 한 스푼, 그래뇰라(발리에서 사 온 야바 최고!), 카카오닙스, 블루베리는 디폴트로 넣고 딸기청, 딸기, 바나나 등을 돌아가면서 추가했다. 난 내가 그동안 오트밀 맛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먹는 건 아주 맛있다. 특히 야바와 우유가 만나면 초코우유가 된다. 초딩 입맛인 나에게 제격.


의사가 나에게 가장 먼저 제시한 건 밀가루를 줄이라는 것. 나는 내가 밀가루를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예전만큼 밀가루를 향한 욕망이 크지 않고, 이제는 입에 밀가루가 들어갈 때 잠깐의 기쁨보다 살이 쪄서 받는 스트레스가 더 오래간다는 것을 알기에 자제라는 걸 할 수 있게 됐다. 그 덕에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9번은 참고 1번을 먹은 것 같다.   


내가 확실히 실천한 건 열량이 높디 높은 한국식 빵집을 끊은 것이다. 생일과 같은 기념일에는 글루텐 프리 케이크를 주문해서 먹었다. 글루텐 프리 케이크는 의외로 맛이 있었지만, 파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전에 주문해야 하는 게 가장 번거롭다. 망원동에 있는 케이크 집의 딸 케이크가 참 맛있었다. 집, 직장과 거리가 있고 주차가 어렵지만 그래도 찾아갈 가치가 있는 듯하다.


밀가루를 최대한 멀리한다고 했지만, 외식할 때 이탈리안 식당에서 파스타는 제법 먹었다. 전통 이탈리아 파스타는 세몰리나 밀가루를 사용한다는데, 이 밀가루는 복합 탄수화물이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정신 승리의 일환으로 먹었던 듯싶다. 파스타와 비슷한 면 가족이어도 짜장면, 라면은 입에 대지도 않았다. 장하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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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붉은 고기는 au revoir...

자 그럼 결과가 어땠을까. 전술한 피검사 결과 외에도 괄목한 만한 성과가 있다. 일단 몸무게 2kg 감량 성공. 최종 목표는 2kg을 더 줄이는 것이지만 이 정도면 출발이 좋다. 나는 몸무게 재는 걸 싫어하는데,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저렴한 디지털 체중계를 샀다. 초반에는 거의 매일 체중계에 올라가며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최근에는 없는 셈 치고 살다가 피검사 당일 재봤더니 오랜만에 반가운 숫자를 만날 수 있었다.


지난 두 달 동안 근력을 키우는 데 꽤나 집중했기 때문에 근육도 많이 늘었을 텐데, 인바디가 없어서 객관적인 지표는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눈바디로는 어느정도 만족할만 하다. 상체에 지방이 많은 편인데, 군살이 어느 정도 정리가 돼 가고 있고, 근육이 갈라지는 부위도 언뜻언뜻 있다. 그 덕인지 며칠 쉬다가 달리기를 해도 트레드밀 위에서 7km를 뛰는 게 예전만큼 힘들지 않아졌다. 10km 마라톤도 53분대 유지 성공!

 

과거 콜레스테롤 수치와 몸무게의 상관관계를 비교해 보면,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몸무게가 많이 나갈 때 LDL도 높은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LDL이 낮았던 시절의 몸무게와 근사해진 이번에도 LDL이 소폭 감소했다. 앞으로 여기서 조금만 더 줄일 수 있다면 LDL도 더 낮아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살이 많이 정리됐어도 아직도 아랫배는 성에 차지 않는다. 복부 지방은 끝까지 나 보다. ㅂㄷㅂㄷ


앞으로 석 달간 계획은 다음과 같다. 일단 올해 첫 두 달 동안 그래왔꾸준히 운동하기. 출근 전 헬스장을 찍고 가는 루틴은 유지하되, 근력 운동 방식을 다양화하려 한다. 복부 지방을 집중적으로 조질 수 있는 운동으로 루틴을 짜봐야겠다. 다음 달 초면 1년짜리 회원권도 끝나는데, 집 근처나 아니면 주말에 빡센 아사나주로 하는 스튜디오를 찾아봐야겠다.


중학생 때부터 다이어트의 그림자 아래 살아오며 살을 빼고 찌고를 무수히 반복해 왔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살을 뺀다기보다는 건강해지자는, 더 자세히 말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보자는 방향성을 갖고 운동을 하고, 식이를 하니 스트레스를 덜 받은 듯하다. 이 노력이 헛되이 끝나지 않아서 기쁘다. 올해 여름에는 조금 더 건강한 상태로 글을 쓸 수 있길 바라본다.

10km 마라톤은 53분대를 벗어나지 않는다10km 마라톤은 53분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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