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하지만 현실인걸요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야
아악, 이 진부하다는 말도 아까운 말.
이승윤씨의 '굳이 진부하자면'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타자를 치고 있어서 그런가, 진부하다는 말이 왜 이렇게 가치있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요즘 시대에는 저 말은 진부가 아니라 몰상식한 말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도 뿌리 뽑지 못한 문화라는 것들이 잔존하니까. 물질지상이 너무 당연해서 이제 그 말이 생경하기까지한 '물질지상주의'처럼, 그 용어의 개념이 무의미해지다시피 가치를 잃은 말은 아닌 거 같기도하다.
영국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점심시간에 팀식사가 없는 것 다음으로 궁금 이상했던 것이 '회식은 있나요?'였다. 드디어 때가 왔으니, 보통 한국에서도 직원들의 이동이 있을 때 회식을 하곤 하듯, 다른 구청으로 이직을 하는 직원이 나왔을 때였다. 이제 한국짬빠 40년의 상상력을 발휘할 차례이다.
여기도 부서 회식비가 있을까?
5시 퇴근이니까 5시부터 회식을 시작할까?
인간 사는 세상 다 거기서 거기겠지로 했던 상상은 바스락. 이 사람들은 웬만해선 퇴근 이후 자신의 개인시간을 내놓지 않는다.
Leaving Lunch!
공유캘린더에 딱 Leaving Lunch라는 단어가 떴고, 주최자는 사람들을 초대했다. 사람들은 참석 여부를 표시했고, 참석하지 못할 경우 예의 상 짧은 이유를 써주기도 했다. 아 회식을 점심시간에 하는구나... 부서 회식비가 있는지는 그날가봐야 알 것이었다.
진풍경은 그날 펼쳐졌다. Coconuts라는 베트남 음식점을 팔던 펍이었다. 직원들은 삼삼오오 이동을 하여 도착하였고, 카운터에 일렬로 가지런 줄을 서서 각자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결제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말로만 듣던 더치페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음, 사실 이 광경은 좀 우스운 걸?
하지만 누가 돈을 내주고 먹으라 마시라 하는 것도 아니니 참석여부도 나름 강제성이 없어보였다. 시간되면 가고 아니면 어쩔 수 없고~ 한국에서는 꼭 관리자가 아니더라도, 지출 담당이었던 서무가 '먹여주는데도 못먹어?! 내가 선심쓰는데, 과의 단합에 너라는 하나의 오점이 남아야겠니?'라는 강렬한 눈빛과 말투를 이겨내거나, 먼 친척 한분을 돌아가시게라도 해야 빠질 수 있던 체육대회였는데 말이다. 요즈음은 코로나 덕에 회식에서 해방된 민족으로 살고 있다. 야호옷!
하지만, 사기업도 그런지 일반적으로 그런지 궁금해서 영어 1:1 선생님에게 물었을 때, 영국이라고 회식의 부름에 다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만약 상사가 특별히 본인의 집으로 직원들을 초대한 크리스마스 파티 같은 것에 안갔다면 그건 좀 각오를 해야한다고 했다. 역시 누가 돈을 쓰느냐의 문제일까? 권력의 문제일까?!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