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해지기..어렵다…
밥 한번 먹자!
친해지자는 만국 공통어 아니던가?! 영국에 가면 고품격 한국 음식먹거리로 영국인들을 휘어잡으며 사교활동을 시전하겠다는 화려한 계획을 머릿속에 갖고 있었다. 그 계획을 조심스럽고 계획적으로 이곳저곳에서 실험해본다.
회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다녀오면, 여행지의 간단한 먹거리를 사와서 Usual place에 놓고 ‘편하게 먹으라'며 메일을 돌렸다.
오! Usual Place는 어디일까?
그 늘하던 거기 거기 알지?! 그 느낌인데?
우리처럼 “간식타임~ 모여라~~”하는 것도 아니고, ‘이번에 내가 어디 좀 다녀와서 치즈를 사왔으니 같이 놓아둔 크래커랑 즐겨봐’하면서 메일이 온다. 직원들은 드문드문 그 Usual Place에 접근하여 야금야금 맛을 보기도 하는군..
신기한 문화야,
한국 음식도 하면 인기 짱!이겠군!!!
처음 맞는 추석에 영국에 잠시 오는 남편 편에 유과를 부탁했다. 이들도 추수감사절을 지내니 통할 것이라며
한국 최대 명절 추석!
전통 과자를 Usual Place에 두었으니
즐기시라!!
메일을 돌리고, ‘곁눈질로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는 지’ 보느라, 한쪽 눈은 아예 그 Usual Place에 놓아 두고 왔다.
세계를 탐험하는 영국인들이니 탐험정신도 강하고 새로운 문물에 적극적일거야!
라는 나의 오해는 완벽히 오해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정말 줄지 않는 서글픈 나의 한국 과자는 민망했고 근거없는 화도 났다.
그렇다고 아주 포기하기엔 아직 궁금증이 남아, 돌아오는 설에는 Happy Lunar New Year~!라며 한복입은 여인이 패키지의 일반적인 쿠키를 준비했다. 쿠키의 질은 그런 선물 패키지에서 짐작되는 수준의 맛이었다. 처음보다 더 신경쓰이는 손으로 Usual Place에 내려놓았다.
* Chinese New Year라고 말하는 서양인들이 많은데, 꼭! “응 ~ Lunar New Year”라고 되받아쳐준다. 우린 중국설을 지내는 게 아니라고요!
결과는 성공적! 화장실 가는 척 쿠키가 얼마나 사라졌나 힐끗거렸는데, 이게 왠일! 하루가 지나자 다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한국 전통 의상이냐? 아름답다는 피드백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
그들은 낯선 포장의 익숙한 음식에
접근성이 좋았다.
레이시와 레이시 엄마를 플레이데이트에 초대를 하고 멋지게 한국 음식으로 친해질 절호의 기회라며 마음과 머리를 뿜뿜하였다.
약간의 Treats를 준비할 건데
혹시 알러지 있니?
다행히 레이시네는 알러지가 없다고 했다. ‘마음 편히 준비해도 되겠군.’ 간식으로 좀 거하지만 ‘면 싫어하는 아이 잘 없다’며 때깔도 예쁜 잡채를 준비하기로 했다. 영국에서도 일식이나 인도식을 즐겨먹는데, 친해진 이후에서야 레이시는 영국 아이들 중에도 전형적인 서양입맛의 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브라우니만 우걱우걱 먹고 한국음식에는 손도 안대는 게 민망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다. 다음부터는 그냥 서양과자나…….
* 문득 떠오른다. 레이시가 우리집에서 슬립오버를 한 다음날 (동양 중에서도 극동쪽에서 온 동양인인) “내가 만들어준 파스타가 제일 맛있다”했던 그 날 아침이.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생일이 되면 간단한 생일 축하 답례품을 하교 시간에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돌리곤 하길래,
아하 이거다!
추석에 남편이 와서 여행을 가려고 결석을 위해, 출석을 매우 중시여기는 학교에 한국 명절이라고 겸사 이야기를 해야하기도 해서
유기농 무색소 무보존제, 물론 No nut에요!
호들갑을 떨며 유과 뒷면에 성분표시 부분을 다 영어로 써서 주며 (영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단어) Share해달라고 등교 때 선생님을 만나 건냈다. 아이들 반응이 어땠는 지 너무너무 궁금해서 아이가 하교하길 기다리다 목이 학이 되는 줄 알았다. 그날 아이 말에 따르면, 나눠먹지 않았다했다.
이건 무시한 게 아니라
선생님이 이번 주에 행사가 있으니
바빠서 그러셨을 거야
스스로를 위안하기 바빴다. 다음날 등교시간에 아이를 드랍하는데, 학교 운영 시간에 줄 수는 없고 하교할 때 나눠주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아무래도 어제 선생님들끼리 의논이라도 했던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들이 난감해했을 것 같다.
그날 내가 목격한 장면은 마음에 상채기를 내기 충분했다. 그리 교양있는 사람이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해리엄마는 해리가 유과를 먹지 못하도록 하교하는 문에서 나오는 해리를 온 몸으로 막아냈다. 나중에 알았지만 해리는 SEND(Sepcial Educational Need and Disabilities) 대상이었다. 아마 ADHD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 당분이나 색소, 음식에 지장을 많이 받아서 그랬던 게 아닐까 이해해보려 노력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나눠주지 않고 하교 길에 부모가 보는 데서 나눠주었구나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더라도 과연.. ASDA에서 파는
익숙해빠진 초저렴 쿠키였다 하더라도
해리 엄마가 그랬을까..?
여전히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Phil은 한국에서 먼저 만난 한식으로 면을 튼 사이였다. 그때 한정식을 대접해서 오리고기가 나왔는데, 우리의 발음이 오해를 사는 바람에 Phil은 당시 본인의 입에 들어간 것이 Duck가 아니라 Dog인줄 알고 있던 패닉상태였다.
소고기랑 크게 다르지 않네요?!
개고기를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나요?
가정식으로도 흔히 먹나요?
그런데도 얼굴을 하나 찌뿌리지 않고 웃으며 예의를 다 했던 그 순간의 상황이 지금도 웃기다. Phil과는 그 이야기를 자주 일화로 삼는데, Phil은 Phil대로 개고기가 아니아 오리고기라 Phew~ 안도하였고 우리도 잘못된 채로 알고 가지 않아 안도하였던 사건이었다.
*개고기에 대해 좋고 나쁨에 대한 시각은 배제하고 오해라는 차원에서.
Phil은 매 여름 아마존으로 여행을 가고 F4관람을 즐기는 모험적이고 터프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역시 열려있구나!
생각했더랬다. 큐가든에 같이 갔던 날도 내가 싸간 삼각김밥과 불고기에 깻잎을 잘도 싸먹길래(어쩌면 싸먹었다 착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역시 한식은 세계인의 음식이고 Phil은 한식을 좋아한다며 흐믓하게 생각했다.
어느 초겨울 어쩌다 Phil을 만날 약속을 하고,
지난 시장단 방문 때 뉴몰든에서
괜찮은 한식당을 뉴몰든에서 찾았어!
거기서 만나!
라며 Phil이 좋아할 것을 상상하며 뉴몰든 식당으로 향했다. 신나는 마음으로 Phil에게 몇가지 음식을 추천해줬는데.. 그제서야 알았다.
Phil은 한식이 아니라
육류를 잘 먹는 것이었어…
믿었던 Phil마저도…….
에혀..
앞으로 음식으로 친교를 시도하진 말자
음식으로 친해질 생각은 거두기로 했다. 앞으로는 포장만 한국스럽고 내용물은 그들에게 친근한 걸로 하기로 한다.
음식을 나눈다는 것에 그리 쉽게 접근할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음식이 친해지는 수단이라는 것은 책에서나 읽은 옛말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