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_대장간의 벌건 쇠처럼 뜨겁게 달구었던 속사정
1년쯤 지났을까, 자동차보험을 갱신해야하는 때가 돌아왔었다. 처음 정착할 때는 남편이 자동차보험 계약을 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해야했다.
자동차 갱신 계약을 하려고
남편은 처음 계약할 때 에어비앤비 주소로 했었고 거기는 개별 가라지가 있어서 보험료가 쌌는데 주소를 이전하면 다시 확인하라고 했었다며 그때 보험사에서 괜찮다고 했었지만, 갱신할 때 한번 더 확인하라고 숨찬 당부의 말을 전해왔다. 추운 겨울날 아이를 등교시키고 손을 호호불며 확인했던 남편의 메세지에는 한국적 사고가 가득했다.
아.. 괜찮아,
영국은 그렇게까지 안해도 괜찮아..
사실, 그렇게까지 해도 소용이 없어
그것이 1년이 지난 내 몸이 익힌 영국이었다. 하지만, 남편에게 뭐라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게, 살아보면, 그게 그래~
그러게 한국은 참 고도화되어 있지. 그게 참 좋고도 한편 고단해. 순간, 한국이 다시 기억났다.
우리가 말야, 당신은 한국에, 나는 영국에 살긴했어도 지난 시간 시시콜콜 이야기를 많이 해서 너도 나처럼 알고 느낀다고 생각했는데 다르구나... 머리 속 전구에 불이 번뜩 들어왔다.
이젠,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1년의 시간, 그렇게 대장간의 벌건 쇠처럼 뜨겁게 달구었던 나의 속사정. 나도 모르는 사이 영국과의 문화 마찰에 베어링이 생겼던 것이었다. 사람 사는 곳 다 같을 거라는 바탕으로 한국 40년이라는 경험의 틀에서 영국이라는 세상을 이해하려했던 지난 날들이 지나갔던 것이었다.
ㅋㅋㅋ 주영한국대사관 행사에 초대했을 때 드레스 코드를 물어보길래 (한국식) 정장을 입어야한다고 알려주었는데, "우리만 보타이를 하고 왔다"고 머슥해하며 나를 바라보던 그들.
"You look great!" ( -_-)=bbb
그날 그들은 참 어색해보였다.
'자, 봐~ 이게 문화야~ 너희도 당황스럽지? ㅋㅋ 너희도 이제 내 맘 알겠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미안~ 그래도 너희는 둘이잖아.. 난 사무실에서 늘 혼자 한국인이구..'
역지사지의 쾌감! ㅋㅋㅋ
수없이 바보가 되어가며 깨닫게 되었던 영국문화는, 먼지처럼 소리없이 소복이 쌓여갔다.
영국과의 뜨겁고도 조용한 용접, 그 속사정을 소근소근 들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