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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Sep 14. 2020

아이와 동물원에 가도 될까요?

동물원은 생명에 대한 배움 의 공간이어야 한다.


아이와 동물원에 가는 시기, 언제가 좋을까?

부산에는 동물원이 한 곳 있었다. 우리가 신혼일 때, 그 동물원이 막 개장을 해 신나는 마음으로 동물원을 찾았었다. 어떠한 고민이나 망설임은 없었다. 그저 가벼운 마음, 가까운 곳에서 동물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뜨고 즐거운 마음으로 간 동물원이었다. 그렇게 남편과 2번, 친구와 친구의 아이와 2번. 총 4번을 그 해와 그다음 해에 다녀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면 갈수록 마음이 무거웠다.


‘너무 좁구나. 점점 더러워지네.
쟤네들 좀 아픈 것 같아. 너무 말랐는데..
제자리에 뱅글뱅글 도는 게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 불쌍하다.’


그렇게 느낀 후, 더 이상 그곳을 찾을 수 없었다. 불쌍해서 측은해서 조금도 즐겁지가 않았다. 마음이 안 좋아져서 마냥 설레면서 동물원을 찾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동물원이란 곳의 순기능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멸종위기의 동물의 개체수를 보호한다거나 연구에 목적을 두거 나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누구를 위한 순기능일까. 정말 동물을 위한 것일까. 자연스러운 자연의 섭리에 우리가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지는 않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


우리도 한 때, 일본에 의해 그리고 흑인들도 한 때 백인들에 의해 돈을 받고 구경되는 동물과 비슷한 취급을 받으며 가두어진 때가 있었다는 사실이 떠오르면 더욱 동물원은 소름 끼치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아이와 함께라면 더더욱 조심스럽다.
동물원이란 곳은 어떤 면에선 굉장히 폭력적인 공간이다. 폭력이 일상화된 공간. 폭력이란 비단 두들겨 패는 것만이 폭력은 아니다. 동물을 우리에 가두고 안전을 위한 철조망을 세운다. 자연이, 숲이 그 전체가 고스란히 집이던 동물들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좁은 공간에 여러 마리의 동물들이 가두어진다. 그리곤 구경거리가 된다.


사방이 높은 벽과 철조망인 공간에 아이와 함께 방문해서 부모가 된 우리는 과연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 왜 저 동물들은 저기에 있으며 그것이 동물들이 원하는 일인지 동물들은 지금 행복한지 어떻게 말해 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아이의 동물에 대한 첫 대면이 갇혀 있는 동물을 보는 것이라면 아이는 동물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게 될까? 동물은 그래도 되는 존재로, 그리 대해도 괜찮은 존재로, 우리가 그랬듯이 아이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이다. 우리의 폭력은 그렇게 정당화되고 자연스레 대물림될 것이다. 


동물원이 꼭 필요하다면, 정말 동물을 위한 공간이라고 말하려면, 지금의 좁은 공간과 높은 벽이 세워진 동물원의 형태로는 곤란하다.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적어도 정말 최소한은,
 아이의  동물원이 사파리 형식의 동물원이기를 바라본다. 그들의 공간을 우리가 살짝 엿보는 형식이라면 적어도 아이에게 덜 부끄러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쿠아리움이든 동물원이든 보여줄 수도 보여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보여주어야 한다면 아이와 대화가 되는 나이이면 좋겠다. 시설에 대해 설명해 주고 무엇이 옳은지 혹은 그른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화하고 나눌 수 있는 시기라면 좋겠다. 적어도 사자가 잠만 잔다는 이유로 유리벽을 쿵쿵 치는 행동을 ‘어리니까’라는 이유로 이해해 주고 싶지는 않다.


동물원은,
인형이나 그림이 아닌 우리와 똑같이 생을 살아가고 있는 동물을 만나는 신비의 공간이며, 생명에 대한 배움의 공간이어야 한다. 다음 세대를 살아갈 아이에게는 더더욱 그래야만 한다.

어떤 부모든, 아이와 함께 동물원을 방문하는 것에 대한 작은 로망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아이와 동물원에 가는 상상을 한다.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얼마나 놀랄까, 어떤 동물을 보고 가장 좋아할까. 그런 것들을 궁금해하고 상상하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동물원이면 좋겠다.  어느 한쪽 만이 아닌, 동물도 인간도 서로가 즐거운 동물원이라면 좋겠다. 동물원을 가는 발걸음이 가벼우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 아이를 동물원에 데려가고픈,

  생각 많은 엄마의 무거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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