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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 머리 앤 Dec 03. 2020

"아름답다"는 말의 의미

내게 다가오는 인생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법

'예쁘다'는 말이 좋아, '아름답다'는 말이 좋아?

저녁 8시, 학원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빠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아름답다'라고 대답했고, 나의 대답에 되돌아온 질문.

"그럼 그 두 단어의 의미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예쁘다는 단일적인 기준이고 아름답다는 복합적인 기준을 적용한 것 같아."라고 대답했다.


"예쁘다"

생긴 모양이 아름다워 눈으로 보기에 좋다

"아름답다"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감을 줄 만하다.


재능형 인간과 노력형 인간 중, 우리는 어떤 인간 군상을 더 선호할까?

"아, 나 밤새서 공부해서 이번 시험 1등 했어"

"난 공부 거의 안 했는데, 이번 시험은 1등이야, 운이 좋았나 봐!"

빈말이라도, 우리는 모두 전자보다는 후자로 말하기를 선호한다. 같은 노력을 해도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천재형 인간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예쁘다"는 말을 선호한다.

노력을 통해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갖추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아름답다'는 말의 가치보다, 타고나야 하는 결과물적 성격의 '예쁘다'는 말의 가치가 우리에게는 더 긍정적인 가치로 와닿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재형의 인간이 되고 싶은 이유를, 노력을 덜 해도 되니까.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우리가 천재형 인간이 부러운 진짜 이유는 온 힘을 쏟아부었음에도 오는 실패에서 파생되는 절망감, 그리고 좌절감을 느낄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온다. 노력을 덜 들일 수 있기도 하지만, 성공 확률도 높으니까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천재가 아닌 나는, 나를 위해서 하나의 차선책을 선택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었다. 지금의 내가 즐길 수 있을 정도로만, 그래서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정도로만. 딱 그 정도로만 하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을 희생해서까지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며, '왜 저렇게까지 하지?'라고 생각했다.


난 너한테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후회도 없어.
후회는 니 몫이야. 내 짐 밖에 내놔줘.


6년간의 연애. 그리고 이별.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쌈 마이웨이'라는 드라마에서 이별하는 여주인공 '설희'는 자신의 남자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순간, 문득 내 머리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 내일 죽어도 괜찮을 삶을 사는 것을 '회피하는 것'으로 내가 편한 대로 왜곡해서 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진정으로 후회하지 않는 것은 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을 때, 라는 것을 왜 나만 몰랐을까.


내가 앞선 질문에 아름다움을 꼽았다는 것은 나 역시 이 가치를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그 사실을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서 지금까지 줄곧 회피만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나'를 마주보려 한다. 거기서부터 노력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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