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빨간 머리 앤 Dec 03. 2020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간사회의 원동력이 되어 온 '비합리적' 감정들에 대하여

나의 전쟁소설이자 나의 로미오와 줄리엣


영미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자신의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에 대해서 내린 평가이다. 그때는 왜 전쟁 소설마저도 ‘사랑’이 주제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 소설은, 전쟁의 나아가 삶의 부조리를 다루고자 하는 소설이 아니었던가.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모든 주제가 사랑으로 귀결되는 작품들에 지쳐, ‘사랑’이라는 주제에 의문을 갖게 된 나의 생각을 집약한 물음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를 문화 산업에 종속된 대중문화에서 나타나는 행태라고 생각했다.

“관리되는 사회의 문화를 비판했던”

아도르노가 이야기 한 문화 산업의 한 형태로 보았던 것이다. 대중이 아닌 산업이 일차적 관심사가 되어 가장 다루기 쉽고 무난한 주제인 사랑을 선택해 대중문화를 양산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영화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배포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며, 이를 확신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모든 주제가 사랑인 이유는 그만큼 사랑이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삶의 끝자락에 다다른 이들에게조차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니까.      


사랑은 매우 비합리적인 감정이다. 사랑이라는 무형의 감정으로 인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의미인 나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끝과 함께 이별의 아픔이 전제되어 있다는 점은 사랑에 대한 감정소모를 더 비합리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때로는 인간 사회가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것들에 의해 움직여왔다는 사실이, 가장 비합리적인 감정인 사랑을 가장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민주주의가 숭고한 것처럼 말이다.

이전 01화 "아름답다"는 말의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