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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몫을 견디고 있는 중입니다.

나를 지키면서 내 몫을 견디는 법에 대해서.


일요일.
아침 10시 10분.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아침.
잠실 나루 역에서 내려
아산병원으로 걸어가는 길에는
어느새 가을을 알리는 강아지 풀이 갈색으로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병원으로 가는 이 길이 나에게는 위로같이 다가왔다.
이 길을 아버지와 함께 많이도 걸었었는데,
이제는 입원하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나 홀로 걸어가고 있다.

나는 이 산책로에 놓인 세 번째 의자에 앉아
볕을 받으며 커피 한잔을 마시며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콧속에  퍼지는 상쾌한 가을 공기가 다소 춥게 느껴지는 완연한 가을 날씨.

마스크를 쓰고 산책하는 사람들과
달을 밟으며 자전거를 타는 건강한 많은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다리 건너 병원에는 건강을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삶을 연장하고 싶은 건강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참 모순적으로 다가왔다.

마치 이 다리 사이로

삶과 죽음.

건강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이렇게 나뉘는 느낌이 들곤 한다.

이 다리를 건너고 있는 지금 현재 건강한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는 나는 다시 한번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건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하지만 건강에 있어서는 자만할 수 없다.

내가 좋은 음식을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숙면을 취하는 건강을 위해 사람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다 한다고 한들 갑자기 사고가 나서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이렇게 우린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인생 살아가지만, 이런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인생에서 건강을 위해 사람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노력을 하고, 별 탈 없이 주워지는 건강한 사람으로서의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무심한 듯 서있는 빨간색 스쿠터 마저 운치 있어 보이는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이 지나가지 않을 때 도둑고양이 마냥 살금 마스크를 벗어 마시는 커피 한 모금.
그리고 햇살 한 모금.
이렇게 벤치에 앉아
커피의 카페인과 햇살이 주는 비타민을 챙겨 먹고 있다.


평화롭다.

가만히 올려본 가을 하늘이
조용한 이곳
나 혼자만의 시간.

나는 지금 아버지를 간병하러 병원에 가는 길이다.
아침 7시 50분 

자명종 소리에 일어나
아이와 남편이 먹을 밥을 하고
아기 반찬으로 먹을 고기를 구워놓고
나도 간단히 밥 한술은 뜨고
홍삼과 프로폴리스를 입안에 털어놓았다.

내가 쓰러지면 끝이기에
나에게 밥도 주고 커피도 마시게 하고 햇볕도 쐐여주고,
나에게는 숨 쉬는 순간인 글  쓰는 시간도 준다.

글을 쓰는 이 순간

마음의 맺친게 조금은 풀 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오늘 들은 김미경 강사의

'코로나 블루 극복법' 보고 많은 위안을 받았다.


그녀가 전하는 코로나 블루 극복법은
첫 번째, 일상에 나만의
작은 리듬을 만들기.
몰입할 수 있는 작은 일을 만들기.
(취미,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


두 번째, 내가 나갈 수 있는
문 하나를 만들기.
억지로라도 내가 나갈 수 있는
문하나를 만들라는 것.
느슨한 일상에 목표가 생겼을 때
문을 확 열고  나가는 느낌이 들도록-


"나한테는 무슨 문이 있지?"
"내가 어떤 문을 열어야 하지?"
나 자신에게 자문하며
우울이라는 방에서 다른 방으로
나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지금 나에게 몰입할 수 일이자, 내가 나갈 수 있는 문인 글쓰기를 통해 나에게 찾아오는 답답한 상황과 코로나 블루로 인한 우울을 털어내고 있다.


"나에게는 또 다른 어떤 문들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설거지를 하며 아하는 강의를 듣는 시간.

아이를 재우며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좋아하는 책을 오디오북으로 듣는 시간.

내가 좋아하는 '라라 랜드의 OST'를 피아노로 치는 시간.
20분 운동하는 시간.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는 유튜브 보는 시간.

돌이켜보니 나에겐 꽤 많은 문들이 있었다.


이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나는 가의 엄마도 아니고,
누군가의 아내도 아니고,
누군가의 딸도 아니고
오롯이 나로 있을 수 있다.
이 시간
이 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어떻게든 나만의 문을 열고 나가는 이 귀한 시간을 나에게 주고 있다.


지금은 문을 열고 나가

'글 쓰는 시간'
그래도 기다리실 아버지를 위해 10분을 알람을 맞춰놓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10분 동안 나는 행복 에너지를 채워 수술하시느라 고생한 아버지에게 조금이라도 웃으실 수 있게 아프시다는 것은 잠시나마 잊으실 수 있게 할 것이다.
그게 나의 목표이다.

사실 아버지가 병이 더 안 좋아지신 후
아버지 앞에서 울어본 적이 없다.
 또한 비행과 학업을 동시에 하면서 대상포진으로 왼쪽 얼굴에 안면마비가 왔을 때 힘들지만 웃으면 극복했던 적이 있었다.

울고 걱정하며 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나는 내 아버지에게도 이 힒듬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 보낼 생각이다.


아버지가 보시지 않을 때 울어도
아버지가 보실 때는 웃으며 힘내시라고 잘하고 계신다고 말할 것이다.

그게 내가 전할 수 있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기에
걱정과 슬픔은 잠시 넣어두고,
지금 현실에 아버지를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 순간에 감사하며 소중하게 살아낼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나를 지키며

내 몫을 견뎌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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