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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 딸 바보 아빠는 웃었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게 아버지를 기억할 마지막 모습이라는걸.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어제 본  같던 아버지의 모습이 희미해짐을 느끼고,  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마치 시간이라는 불속으로 타들어가는
기억의 조각
손가락이 빨갛게 타들어 가는  모른 
헤집어 내며 간절히 찾는 한 기분.
그렇게 간절히 찾은
기억의 조각을 한 조각 한 조각
눈물 붙여 마침내 기억해 내어보았다.
내가 잊고 싶지 않던 그날의 기억을.


시간이라는 불속에 타들어가는 기억의 조각들.


다소 차가운 가을바람이 불던 9월의 어느 날.

3일이 멀다 하고 폐에 차는 흉수 때문에 흉관을 설치한 후 하루에  500ml 물을 빼고 다시 담당 교수님의 진료를 듣 날었다.

폐에 찬물을 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아버지와 나의 노력에 비해 돌아온 말은.


"죄송하지만 폐에 차는  빨리 빼시지 않으면 한  안에 돌아가실 수도 있어요. 

노력한다고 폐에서 물이 많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잘 나오길 바라는 수밖에 없어요."


아버지가  안에 돌아가실 수도 다는 말에 가슴이 발끝으로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노력한다고 폐에서 물이 많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에 문득 '인명재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명재천'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있다는 뜻.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있다곤 하지만 아버지를 간절히 살리고 싶었다.

다음 주까지 매일 750ml의 물을 빼고 오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힘 없이 진료실을 나왔다.


'매일 750ml씩 폐에서 물이 나오지 않으면 아버지는 한 달 안에 돌아가시는 건가?'

라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무심코 다다른 시선엔 어느새 노인이 된 아버지의 어깨가 보였다.


 늘 어린 나를 목마 태워주 딸바보 아버지의 든든했던 어깨가 '죽음'이라는 두렵고도 무거운 말려 있었다.

문득 의 슈퍼맨이었던 아버지께 힘을 드려야겠다 생각 들었다.

어린 나를 목마 태워주셨던 든든했던 아버지의 어깨가 생각나던 사진.


"아빠. 우리 아주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맛있게 드시고, 폐에 물 잘 빼는 것 밖에 없어요. 폐에 물 잘 빠질 거니깐 걱정하지 마세요.  긍정적인 면을 보자요."


애써 밝은 척하는 딸의 모습에 애써 담담히 웃어 이시던 아버지. 

병원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차를 탔다. 분명 일찍 출발했는데도 초보 운전인 내가 길을 잘 못 들어 2시간을 넘게 차를 타고 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당황한 나를 다독이시며, 아버지는 처음엔 다 그렇다며 우리 예쁜 딸과 오래오래 드라이브해서 좋다며 웃으셨다.

어느새 시계는 정확히 6시.
차가 막히는 퇴근시간.
막히는 차들 사이,

문득 차 창밖으로 보이는 노을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한강다리를 지나는데 마주한 찬란했던 노을.


"아빠 창밖에 노을 좀 보세요.  오늘 노을이 너무 예쁘네요."

그러자 창밖으로 노을을 보시던 아버지는 행복한 얼굴로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다.
그 멜로디가 너무 좋아 귀 기울여 들었다.


"노을이 찬란한 오늘.
행복하게 살아갈 거야.
그럴 거야."



가사는 정확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멜로디와 가사가 너무 좋아 노래가 끝난 후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빠 무슨 노래예요? 너무 좋은데요?"


그러자 아버지는 수줍은 


"그래? 아빠가 그냥 즉흥적으로 부른 건데?"

라며 나를 보며 환하게 웃으셨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언젠가 아버지를 기억할 때
이 모습이 생각날 것이라는 것을-



노을 지던 해를 바라보며
그 해보다 더 찬란히 웃으시며

흥얼거리던 아버지의 노소리와

아버지 얼굴 뒤로 붉게 물들던 노을도.

그 노소리.
아버지의 편안했던 미소.
우리를 위로해 던 눈부 노을까지.


문득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과연 '죽음' 앞에서
아버지처럼 웃어 보일 수 있을까.

과연 부모에게 자식은
어떤 존재이기에
'죽음'의 두려움도 이겨내시는 걸까.
헤아릴 수 없었다.  
그 깊은 마음을.

내가 할 수 있는 건.
헤어릴수 없는 깊은 마음으로
 미소 짓고, 노래 부르시는
아버지를 가만히 지켜보는 것뿐.

이따금 아버지와
눈 맞출 때
나 또한 미소 지으며
'사랑해. 아빠'
말할뿐.


 그렇게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조금이라도  하기 위해 눈물을 감추고 웃어 보이던 딸과

그런 사랑하는 딸의 마음을 아시고 죽음 앞에서도 끝까지 웃어 보이시던 아버지.


그렇게  아버지의 죽음의 서막 앞에서 노을을 보고 함께  있었다.












*사진출처

1,노을 사진: 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02580479

2. 불타는 사진: 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02161364

3. 아기 목마 사진: https://m.cafe.naver.com/ca-fe/web/cafes/witholy/articles/78564?useCafeId=false&or=m.search.naver.com&query=인생의%2B무게&buid=6435aed0-a575-4000-a6a4-6e65123250fc&art=ZXh0ZXJuYWwtc2VydmljZS1uYXZlci1ldGMtZm9yLWNvbW1lbnQ.eyJ0eXAiOiJKV1QiLCJhbGciOiJIUzI1NiJ9.eyJjYWZlVHlwZSI6IkNBRkVfSUQiLCJhcnRpY2xlSWQiOjc4NTY0LCJpc3N1ZWRBdCI6MTYwNDk1MjY5NTI5NywiY2FmZUlkIjoxODY1OTg5NH0.07_4HbPvu4692br2tjgXByO_lbJ50KzrQUqv6W0xJP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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