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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에 Aug 13. 2022

12. 꼰대와 MZ 사이

21세기 현재 일반적인 회사에는 3가지 세대가 있다. 꼰대와 MZ 그리고 이사무처럼 그 사이에 끼인 세대다. 이사무는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부터 지금의 꼰대 세대를 모시고 일하면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당연한 것들이 갑질로 신고되는 사례를 보면서 세상의 변화를 느끼는 중이다.

이사무가 신입일 때는 저녁을 먹으면서 술 한잔 하는 상사의 반복되는 넋두리를 매일 몇 시간씩 들어주는 것은 일상이었다. 회식은 일단 날짜가 정해지면 그날 아무리 중요한 개인 일정이 있더라도 취소하고 무조건 참석해야 했다. 회식이 시작되면 전 직원이 한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원샷을 하는 파도타기는 기본이었으며 기술직 모임에서는 큰 대접에 술과 온갖 안주를 섞고 서로를 사랑하는 만큼 마시는 술 문화가 보통이었다. 1차가 끝나면 2차로 노래방을 예약하고 상사의 기쁨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춤을 춰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과장님을 택시에 태워서 보내드리면 임무가 끝나게 된다.

동료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눠야 하는 경조사는 무조건 참석하는 게 국룰이었다. 설사 장례식장이 땅끝마을이라도 반드시 그날 달려가서 함께 밤을 새우고 올라오곤 했다. 졸음운전을 하다가 조문 갔던 직원들도 사고로 장례식을 치를 뻔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휴가는 하루 종일 상사의 눈치를 보다 차마 말하지 못하거나 "어디 가는데? 뭐하는데? 저번에 내가 지시한 건 다했어?"라는 질문에 상세히 답을 해야만 갈 수 있었다. 출산휴가를 하루 이상 쓰려고 하면 "네가 애 낳냐?"라는 말을 듣고 바로 출근했다. 부모가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고 있는데 전화를 해서 업무 얘기를 하거나 빨리 출근하라는 지시를 하는 상사도 있었다.

MZ세대들이 들으면 경악할 이 상황들이 이사무의 끼인 세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직장생활을 했다. 그리고 이사무가 중간관리자가 되자 MZ세대가 등장하였다. MZ는 불합리한 지시와 갑질을 당하면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밝히고 이의제기를 한다. 대체로 명문대를 졸업하였고 IT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루기 때문에 한글 프로그램 이외에는 사용을 해본 적이 없는 꼰대 세대와는 자라온 환경 자체가 다르다.

이사무의 끼인 세대가 힘든 이유는 꼰대 세대가 당연히 누리던 것들을 누릴 위치가 되었음에도 오히려 MZ세대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꼰대 세대와 MZ세대가 서로를 비난하는 수많은 말들을 중간에서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꼰대들은 MZ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업무에 지장만 없으면 당당하게 휴가를 가고 개인 일정이 있으면 회식에 참여하지 않는다. 회식에 오더라도 차를 가져왔다든지 여러 가지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동료라고 해도 정말 친한 사람이 아니라면 원거리의 경조사는 참석하지 않고 계좌 송금으로 대신한다.

MZ는 꼰대 상사들을 너무도 싫어한다. 일하는 방식과 말투, 생각 자체가 너무 구식이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꼰대 상사들은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에 기존에 자기가 해왔던 방식을 고집한다고 생각한다. 업무 이외에 사적인 부탁을 하는 것도 싫어한다. 꼰대 상사가 컴퓨터에 익숙지 않아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약속이 있어서 식당 예약을 부탁하면 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남에게 시키는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

한 번은 이사무가 새로 들어온 MZ세대 직원과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출장 업무가 끝나고 결과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 차이를 다시 한번 경험할 수 있었다.

당시 과장님은 행정고시로 들어온 MZ였고 팀장님은 전형적인 꼰대 상사였다.

"출장 결과를 보고 할 때는 상사의 성향에 맞춰서 해야 돼. 과장님은 전화보다 카톡으로 간단히 보고하는 걸 좋아하셔. 그리고 팀장님은 직접 전화를 드려서 상세히 설명하고 바로 퇴근하겠다고 말씀을 드려야 해"

"그냥 두 분 다 카톡으로 간단히 보고 드리고 퇴근하면 안 되나요?"

"내가 직원일 때는 출장을 가면 무조건 전화로 결과를 보고 드리고 바로 퇴근해도 되는지 허락을 받아야 했어. 그게 싫으면 다시 회사로 복귀해서 결과 보고를 하고 밤늦게 퇴근했지. 그래서 팀장님도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실 거야"

"아.... 네....."

이사무는 자기도 모르게 "나 때는 말이야" 어법을 쓴 걸 알고 "결국 나도 꼰대인가"라는 생각에 잠겼다. 이사무가 여러 방식으로 노력했지만 꼰대 세대와 MZ세대는 달라도 너무 달라서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최근에는 치열한 경쟁률을 극복하고 공직에 들어온 MZ세대가 사표를 내고 퇴사하는 일이 흔히 발생한다.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공직사회에서 경험한 갑질 사례들을 공유하곤 한다.

이사무도 최근에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이 낮아지는 것을 보며 능력이 뛰어난 MZ세대는 민간기업으로 가거나 창업을 해서 창의적인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공무원 사회는 당분간 이사무처럼 끼인세대가 지켜낼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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