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사무는 입사하자마자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당연히 누구나 다 아는 대기업 위주로 주식매수를 하였다. 당시에는 회사의 업무용 컴퓨터에도 증권회사의 HTS를 설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업무시간에 아래쪽에 보이는 주식의 가격이 계속 움직이는 게 보이다 보니 업무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주식이 오르는 날은 기분이 좋아서 일도 잘 되었지만 주식 가격이 하락하는 날은 기분이 안 좋아서 별거 아닌 일에도 짜증을 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공부도 하지 않고 무작정 주식매수부터 한 게 잘못이었지만 당시에는 주식을 사면 오를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이후 이사무는 회사생활에 지장을 줄 거 같아 주식을 모두 팔고 당시 유행하던 펀드 투자를 시작하였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동료직원과 점심시간에 명동에 있는 증권회사에 가서 계좌를 만들고 한국의 삼성그룹 펀드, 중소형 가치주에 투자하는 펀드,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베트남에 투자하는 해외펀드 등 월급이 들어올 때마다 적립식 펀드에 돈을 넣었다. 금융위기가 오기 전이라 돈을 넣기만 하면 불어나는 게 보이니 지출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돈을 펀드에 넣었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가 오면서 이사무의 모든 펀드 계좌가 반토막이 되었고 다시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투자를 그만두었다.
그래도 환매하지 않고 몇 년을 버티니 모든 펀드 계좌가 원금을 회복하고 수익이 나기 시작했지만 김실장과 결혼을 하면서 가지고 있는 펀드를 모두 환매하였다.
2020년 코로나19로 전 세계 주식이 폭락하면서 기회를 잡아 주식투자에 성공한 동학 개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주식투자로 돈을 번 사람을 보지 못했던 이사무도 잘 아는 회사 선배가 주식투자로 1억 원을 벌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다시 증권계좌를 개설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동학 개미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주식공부 없이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을 매수하였다. 그런데 이사무가 주식을 사고 얼마 후부터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론에서 미국 주식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여 동학 개미들이 서학 개미로 이동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래서 이사무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애플, MS,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사는 주식마다 오르다 보니 유튜브에서 좋다고 하는 주식은 소수점 투자로 계속 매수했다. 그리고 어느덧 30개가 넘는 종목을 가진 백화점식 투자가 되었다. 그런데 한동안 수익이 나는가 싶더니 미국 주가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이사무는 뭔가 잘못하고 있다고 느끼며 본격적으로 투자 공부를 시작하였다. 주중에는 회사가 끝나면 집에 와서 책을 읽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시립도서관에 가서 미친 듯이 투자와 관련된 책을 100권 이상 읽었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투자의 큰 흐름을 발견하였다. 일단 대한민국은 신흥국으로 분류되고 주요 산업의 사이클이 있다 보니 꾸준히 우상향 하기보다는 계단식으로 단기간에 급격히 오른다는 것. 그리고 미국 주식은 달러를 기반으로 세계의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을 가지고 있어 전 세계에서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우상향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투자의 방법에는 주식, 채권, 금, 원자재 등 전분야에 걸친 자산배분투자. 그리고 미국의 주요지수인 S&P500과 나스닥 100 등에 폭넓게 투자하는 지수 투자. 마지막으로 성장주, 배당주 등 개별 종목을 선정하여 투자하는 개별주 투자가 있다. 그리고 매수 방법에는 적은 금액으로 꾸준히 매입하는 적립식 투자와 큰 금액으로 한 번에 매수하는 거치식 투자가 있다.
일단 이사무는 큰돈이 없기 때문에 적립식으로 장기간 지수 투자와 개별주 투자를 해보기로 했다. 사실 그동안은 월급에서 생활비 등 필요한 돈을 다 쓰고 남은 돈으로 투자를 하려다 보니 오히려 매달 적자가 나서 투자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월급이 들어오면 먼저 30만 원이라도 증권회사 계좌로 이체하고 남은 돈으로 생활을 하기로 했다. 월급보다 초과지출이 발생하는 달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부족한 금액을 해결했다. 그렇게라도 투자를 해야 작은 희망의 빛이라도 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사무는 주로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한 연금저축계좌와 미국 주식 소수점 매매가 가능한 계좌를 통해 투자를 하고 있다. 아직은 소액이지만 분기별로 미국 주식의 배당금이 들어올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지금까지 투자한 결과로는 아무리 신중히 개별 종목을 골라도 S&P500 지수 투자를 이기기는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100세까지 미국 주식을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하겠다는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세우고 나니 아이들에게도 지금부터 투자에 대해 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사무는 아이들의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용돈으로 미국 주식투자를 시작하도록 했다. 워런 버핏이 11세부터 투자를 시작해서 복리로 100세까지 투자를 하며 엄청난 규모의 자산을 키웠듯이 이 작가는 10세, 이스타는 8세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아직은 주식의 전문용어도 잘 모르지만 아이들 스스로 투자할 기업을 정하고 용돈으로 직접 매수하는 경험을 심어주고 있다. 평생 투자를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가치관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다가올 변화의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방향을 설정해 주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