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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에 Aug 13. 2022

9. 이작가 & 이스타

이작가는 2012년에 태어났다. 그리고 2년 후인 2014년 이스타가 세상에 나왔다. 이작가와 이스타는 아빠인 이사무를 닮았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을 찾기가 힘들다.

MBTI로 비교하면 이작가는 ISFJ로 용감한 수호자이고 이스타는 ENFJ로 정의로운 사회운동가이다. 형제 없이 혼자 자란 이사무는 같은 엄마 배에서 나왔는데 어떻게 저렇게 다를 수 있나 신기할 때가 많았다.

이작가는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로 매우 이성적이다. 이작가를 임신했을 때 첫째이다 보니 이사무와 김실장이 밤마다 성경도 읽어주고 책도 읽어주며 태교에 신경을 많이 썼다. 산부인과는 강남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 선생님이 계신 전문병원으로 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담당 의사 선생님이 아이가 너무 커서 4kg까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연분만을 하려면 출산예정일 전에 유도분만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가 빨리 나오도록 하는 약을 투입하였는데 이틀째가 돼도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선생님은 일단 약이 들어갔기 때문에 아이가 있는 공간이 줄어들었을 것이고 제왕절개로 낳을지 여부를 바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가 힘들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다른 병원에 가는 것보다는 바로 수술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 시간 후 이작가가 태어났다. 이사무는 감격스러운 마음에 탯줄을 자르고 사진을 찍었는데 잠시 후에 보니 아이 몸무게가 2.25kg이었다. 너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었지만 괜히 문제를 제기해봐야 김실장과 이작가를 위해서도 좋을 게 없어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이사무는 이작가가 걸어 다니기 시작했을 때부터 동네에 있는 도서관에 다녔다. 아이가 책과 가까워지는 걸 원해서이다. 이스타가 태어난 이후에도 주말마다 국립도서관, 시립도서관, 주민센터 공공도서관, 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을 다니며 책을 읽었다. 그래서인지 이작가는 평소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한다. 한글도 따로 공부하지 않았는데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학교 받아쓰기에서 모두 100점을 받았다. 애기 때에도 걸음마가 완벽하지 않았을 때 잘 걷는 친구를 만나고 집에 와서 침대를 붙잡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연습을 해서 이틀 만에 걸음마를 뗀 적이 있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주중이든 주말이든 매일 아침에 눈뜨자마자 국어, 수학 문제집을 자기가 정한 양만큼 꾸준히 푸는 걸 보고 꾸준함과 성실함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작가는 학원에 가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걸 너무 좋아한다. 힘들어 보이는데도 영어, 수학, 수영, 피아노에다 더 많은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해서 이사무가 좀 쉬라며 말리고 있다.

한 번은 피아노 학원을 새로 등록하는 것 때문에 이사무와 김실장이 싸우는 걸 본 이작가가 편지를 주고 갔다.

"아빠, 엄마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피아노 다니고 싶어서 그랬어요. 조금만 다니고 싶어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편지를 본 이사무는 김실장에게 다음날  바로 피아노 학원에 등록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스타는 배속에 있을 때 김실장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많이 울고 슬퍼해서인지 굉장히 감성적인 아이로 태어났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아무 이유 없이 한참을 울다가 잠들곤 했다. 그리고 감정표현에 매우 자유롭다. 노래와 춤을 좋아해서 집에서 항상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뮤지컬 배우처럼 노래와 춤으로 표현하곤 했다.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 가수가 되겠다며 댄스학원에 보내달라고 했다. 원래 5살 때부터 팔힘이 좋아서 어린이집의 오래 매달리기 대회에서도 여유롭게 1등을 했고 달리기만 하면 넘어져서 흉터가 늘어가는 이작가와 다르게 달리기 시합에서도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반면에 공부하는 학원은 절대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수학 때문에 초등학교도 가기 싫어한다.

그래서 몸으로 활기차게 움직이는 태권도와 댄스학원만 다니며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

한 번은 이스타가 이사무에게 갑자기 카톡을 보내왔다.

"아빠 돈 많아? 아니면 없어서 버는 거야?"

"너랑 언니한테 많이 써서 별로 없어"

"그럼 열심히 벌어봐"

"......"

집에 오신 할머니를 당황시킨 적도 있었다.

"할머니가 만원 줄게. 맛있는 거 사 먹어"

"감사합니다"

"부족하면 더 줄까?"

"얼마까지 주실 수 있는데요?"

"......"

이사무는 이스타를 볼 때마다 언젠가 크게 될 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을 듣지 않아서 용돈을 줄이겠다고 하면

"아. 정말 짜증 나네. 아빠는 왜 내 용돈으로 나를 조종하려고 해"라고 하고

자기 위치와 가구가 마음에 안 든다며 큰 박스에 '방 바꿔줘'라고 빨간 글씨로 써서 1인 시위를 한적도 있다. 가장 좋아하는 책도 일본에 대항해서 싸운 유관순과 영국에 항거한 간디에 관한 책인걸 보면 일반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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