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mmaPD Dec 13. 2024

차마 볼 수가 없어서

레드가 사라졌다

 12월의 생방송은 크리스마스다. 세트도 트리트리하고, 의상도 보통 레드와 그린으로 따듯하고 캐롤하게 고객들에게 설레임을 주고자 한다. 연말결산으로 사은품도 풍성하고 세일도 많이 하기 때문에, 연중 매출도 가장 높고 협력사도 신나야 하는데, 고객들이 도통 지갑을 열지 않는다.  


 엊그제 건강식품 방송을 하는데, 아주 지적인 외모의 쇼호스트가 강렬한 레드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언니 19분 남았는데, 옷 갈아입을 수 있겠어요?"

 "왜 너무 빨개?"

 "네, 너무 국힘 같아요. 고객들이 불편하실 거 같아서."

  

 오버일까? 편견일까? 생방송 앞두고 2층 의상실을 다시 다녀와야하는 수고로움, 촉박하게 다시 조명을 맞추고 리허설을 해보는 긴장감 앞에서도 모두가 끄덕했다. 우리를 안아주고 토닥여주던 12월의 레드가 사라졌다.

  

 방송을 하다보면 타채널 상황을 봐야하기 때문에 보통 12개의 화면분할로 전체 채널들을 동시 띄우기한다. 케이블사의 실시간 시청률 순위대로 채널이 나래비되는데, 요즘은 언제 방송을 해도 뉴스가 1위다. 뉴스보다 재밌는 예능이 없고, 뉴스보다 드라마같은 드라마가 없다.


 내가 만약 "내란퇴진" "즉시탄핵"이라는 전면을 띄우면 어떻게 될까? 장사가 너무 안되요. 여기도 사람 있어요. 협력사들 울상이에요. 화제가 되고, 운이 좋다면 매출로 연결될 수도 있겠으나 그전에 잡혀가겠지.


 '목소리는 광장에서 내야지, 지금 뭐하는 짓이야!'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겨우 오만한 레드를 화면에서 빼는 일. 내일은 레드도 레드의 본분을 깨우쳐 그 역할을 다해주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