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닦아내는 시간
원래는 빈티지 가구라면 임스체어나 알트 스툴 같은 모던한 디자이너 가구에 끌렸었다. 엄마가 앤티크 숍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나 역시 그쪽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처음엔 앤티크 가구가 너무 화려하고, 어딘가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가구들 속에서 조금 덜 화려한지 것들로 좇아가다 보니, 어느새 소박한 영국 앤티크 가구로 정착하게 됐다. 엄마에게 물려받기도 하고, 내 손으로 직접 구매하기도 하면서 하나둘씩 집에 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 집에 곳곳에는 앤티크 가구들이 자리 잡고 있다. 게이트렉 식탁부터 뷰로, 유리 찬장, 마호가니 협탁, 라운드 드레서까지다. 포인트는 너무 중후해지도록 하지 말 것! 하나의 공간에 한두 개의 앤티크 가구만 두는 걸로 충분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드레서. 색감이 너무 연하지도 너무 짙지도 않은 데다, 곡선의 우아함도 돋보인다.
앤티크 가구는 100년을 넘긴 세월을 가진 것들이라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한다. 한 번은 뷰로 위에 화분을 올려뒀다가 물이 새는 바람에 낭패를 본 적도 있다. 하나둘씩 실전을 통해 배워 나갔다. 나무는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여러모로 주의해야 한다. 손으로 만졌을 때 거칠어졌거나, 눈으로 봤을 때 색이 변했거나, 귀로 들었을 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손볼 때가 온 것이다. 나는 주로 세정과 광택이 동시에 되는 제품을 사용한다. 조금 덜어 마른 수건에 묻혀 닦아주면 된다. 때로는 더 큰 손질을 봐야 할 때도 있는데, 이때는 사포로 살살 문질러 더러움을 없애고, 우드 스테인으로 색을 다시 입히기도 한다. 오래된 나무 가구라도 어떻게 길들이냐에 따라 다시 깨끗하게 살아나는 것이다. 손질 본 가구는 나무의 냄새도 되살아 나는 것 같다. 그럴 때면 가구의 시간까지 되돌려놓은 느낌이 든다.
초저가 가구가 넘쳐나는 시대에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신경을 써야 하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니까 더 애착이 생기는 것이다. 이 가구에 담긴 추억도, 앞으로 새롭게 쌓일 기억도 모두 한데 뒤섞일 거니까. 가끔 앤티크 가구를 만지다 보면 19세기에 이 가구를 실제로 사용했을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앤티크 가구가 주는 따뜻한 감성은 전해 내려 오는 시간이 함께 하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공간에 조화롭게 녹아들었을 때, 또다시 근사하게 앤티크 가구는 제 역할을 해낸다.
시간을 견딘 나무가 주는 묵직한 따뜻함. 그게 앤티크 가구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그리고 그걸 내 손으로 돌봐줄 때, 비로소 내 삶의 일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