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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쪽 여행코스

홀로 때론 누군가와 함께인 뚜벅이 제주여행

by 연의 담소 Jul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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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산책 이후 우리는 일정을 함께 하기로 했다. 일단 갈치가 먹고 싶다는 의견으로 가까운 거리에 갈치조림을 파는 식당으로 갔다. 근처에 자구내포구라는 곳이 있어서, 식사 후에 가보려고 했다. 그러나 어떻게 가야 하는지 주민분께 여쭤보니, 만조라 물이 차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간다고 한들 가는 길이 굉장히 미끄럽다고 하셨다.


 갈 길을 잃은 우리는 하이텐션 남성분의 정보력으로 계획 짜기를 일사천리로 해결했다. 명월국민학교를 방문 후 성이시돌 목장을 갔다가 나 홀로 나무를 지나서 협재해변을 가는 순서였다.


 나 같은 뚜벅이 여행자들이 제주도 내부 쪽을 여행하려면, 택시를 타거나, 버스 시간표를 미리 확인 후 준비해야 한다. 뜻밖의 일행들 덕분에 이동 고민도 없었고 심심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혼자 여행을 가면 가장 아쉬운 게 사진인데, 사진작가가 3명이나 되니, 이 날 찍은 사진이 제주도 여행에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은 날이 아닐까 싶다. 세 분 다 남성분인데도 사진의 결과가 참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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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월국민학교는 1955년에 세워져 1993년에 폐교를 했지만, 카페로 탈바꿈하여 현재 관광지로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어릴 적 먹었던 불량식품도 있고,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팔아서 복도에 앉아서 먹을 수 있다. 복도의 풍경이 우리를 어릴 적 초등학생으로 되돌려준다. 타이머신이 별게 아니라 이런 것 아닐까 싶다. 잠시 그 시절로 우리를 되돌려 줄 수 있는 무언가. 사진 찍기에도 예쁘고 안쪽에 사진을 뽑을 수 있는 기계도 있어서 우리는 당일 아침 산책에서 찍은 사진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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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여기 전 남자친구랑 제주도 왔을 때 방문할까 했던 곳인데, 그때 왔다면 지금 무슨 감정이 느껴졌을까요?" 내가 묻자 한 일행이 답했다.

"사진 기계로 뽑았던 사진 한 장 여기 붙였으면, 그거 찢으려고 다시 왔을걸요."

그분의 잠잠한 답이 나를 크게 웃게 만들었다. 정확한 답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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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장소는 성이시돌 목장. 도로에 가지런한 나무도 예쁘고, 말과 푸르른 들판도 예쁜 장소.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팔았지만, 금방 간식을 먹어서 먹지 않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도 후회한다. 위에 공간을 만들어서라도 먹을걸..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인데.. 나중에 꼭 먹으리라 결심하고 아직도 다시 못 가봤다. 이 글을 보고 누군가 방문하신다면, 저 대신 꼭 한번 먹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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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재해변으로 가기 전에 나 홀로 나무가 근처에 있다며 하이텐션 남성분이 가이드를 했다. 여기는 유명한 사진 스팟이니 지나가는 김에 사진을 찍자며. 때마침 운이 좋아서 줄도 없었다. 한참 핫플레이스로 뜰 때는 길게 줄을 섰다고 한다. 따로 주차장은 없어서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다. 내가 기억하고 느꼈던 나 홀로 나무에 대한 감상은 '앙상하고 메말라 보인다'였다. 그 모습이 그 나무를 더욱 고독하고 외로운 모습으로 비치게 했다. 맘 같아선 주변에 꽃이라도 심어주고 싶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4


 협재해변에 도착 후 바다가 잘 보이는 카페 2층 창가에 앉았다. 며칠 전에 협재해변에 왔을 때, 어느 식당을 보았는데, 너무 소주의 향이 깊게 베긴 술집이라, 잔잔히 맥주를 마시려고 근처 피자 파는 가게를 갔었다. 그런데 친구끼리 왔다는 남성 두 분이서 그날 거기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날 그곳에 갔다면 그분들을 좀 더 일찍 만났을 거다. 돌고 돌아 결국 같은 숙소에서 만나게 될 인연이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남자 셋에 여자 하나가 무슨 대화가 잘 될까 싶겠지만,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오래 본 사이처럼 편안하게 대화를 했다. 역시 연애 이야기는 조금 가볍고 쉽게 꺼낼 수 있는 주제인 것 같다. 어떤 스타일의 연애를 하는지. 어느 정도 솔로였는지. 그리고 여행이야기를 하고 나니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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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 있는 분들은 그날 저녁 육지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는데, 시간의 여유가 있다며 나와 다른 일행을 각자의 게스트 하우스로 데려다주고 가셨다. 시간의 여유를 타인에게 써주는 마음에 감사했다. 그렇게 숙소에 돌아오고 나서 주변을 산책하는데, 약간의 허전함을 느꼈다. 혼자만의 여행이라 숙소를 이동할 때마다 미련 없이 일어났던 나인데, 그날은 같이 있던 사람들의 다정함에 허전함을 느낀 것 같다. 고작 하루 만에 정이 들어버렸다. 그렇지만 나의 여행은 아직 남아있었고, 거의 마지막 일정인 한라산 등반일정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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