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쓰는 우리 아이의 그림일기
어린이집 혹은 학교에 다녀온 자녀에게 묻지 말아야 할 질문이 있다고 한다.
“ 재미있었니?” “누구랑 놀았니?” “오늘은 어땠어?” “ 잘 놀았어?”
아이가 친구들과 잘 지냈는지, 선생님과 소통은 잘 이루어졌는지 하물며 화장실은 어려움 없이 다녀왔는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별개 다 궁금한 엄마는 우연히 SNS를 통해 보게 된 자녀에게 건네지 말아야 할 질문 목록을 읽으며 경악을 금치 못한다.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헤어질 때 또 만나요 뽀뽀뽀처럼 당연하다 생각하고 물었던 질문들이 온통 잘못된 질문이었다니…
요즘 엄마들이 육아가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너무 많은 육아 정보 때문은 아닐는지…
요즘 내 알고리즘을 타고 노출되는 미디어 내용들은 일종의 육아 점검표처럼 느껴진다.
유명하다는 육아 전문가나 인플루언서들이 써놓은 육아 지침서에 내 행동을 하나하나 대입시켜 보고
아뿔싸. 아차차 잘못을 인지하기도 하고, 오~~~ 휴 다행이다. 이건 내가 잘하고 있었네 안도하기도 한다.
인생의 정답이란 게 없듯이 육아에 정답이란 게 있을까 싶으면서도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매겨진 낮은 육아 점수에 속수무책 흔들리는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다.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시작된 아이와 엄마의 그림일기.
세돌이 갓 지난 우리 아이는 당연히 글씨도 쓸 줄 모르고 그림에도 큰 관심이 없지만,
자신이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엄마가 그림으로 옮겨주면 (물론, 저 역시 그림에는 큰 소질이 없습니다만)
자신의 이야기가 그림으로 그려지는 것이 마치 놀라운 마법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 마냥 신기해하며 환호하고 신이 나서 끊임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다.
(물론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ㅋㅋ 아무렴 어떤가. )
-선생님이 사탕을 꺼내줬어.
-아니 아니 선생님 바지 주머니가 아니고 커다란 주머니에서!!!
-누구누구가 선생님한테 메롱을 했어. 그려봐 엄마 메롱하는 거 그려봐!
-선생님이 메롱은 하면 안 된다고 했어. 미끄럼틀을 타고 싶었는데 못 탔어.
-엄마 그건 미끄럼틀처럼 안 생겼는데? 이렇게 이케 그려야지
-우리가 모두 낮잠을 자면 선생님은 요정이 된대 엄마는 선생님 요정 되는 거 봤어?
-선생님이 나를 사랑한다고 했어. 사랑은 어떻게 그려?
-엄마 나도 누구누구처럼 한글용사 아이야가 될 수 있을까? (응?)
매일 저녁 우리 아이는 이야기꾼이 되고 나는 화가가 된다.
언젠가 우리 아이가 직접 그림을 그리게 되는 날도 올지도 모르고
언젠가 둘 다 지쳐 이제 그만하자. 하고 그만두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 순간을 오래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의 말을 들을 때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듣고 웃고 함께 슬퍼해 줄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꿈같은 말들에 더 멋진 그림으로 보답하며 함께 꿈을 꿀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젠가 우리 아이 혼자 일기를 쓰게 됐을 때 몰래 들춰보는 엄마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제일 어려울 듯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