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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대꾸도 사랑의 크기도 모두 다 유전.

엄마 말이 지겨운 아들과 아들의 모든 말이 소중한 엄마

by 다정한 오늘

얼굴에 올려진 가제수건도 어찌할지 몰라 두 손을 파닥파닥 하던 나의 작고 연약했던 아이가, 사랑 먹고 무럭무럭 자라 이제는 한 마디를 지지 않고 말대답을 한다.


우리 동네 다이소 벽에 크게 그려진 어벤저스 그림을 보고 한눈에 반해 오늘은 스파이더맨, 내일은 캡틴 아메리카, 아침에는 아이언맨, 밤에는 헐크로 변해 식탁 위, 소파 위, 거침없이 날아다니는 아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나는 타노스.

타노스의 우렁찬 목청에 놀란 스파이더맨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잠자코 잔소리를 좀 듣고 있나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혀 짧은 목소리로 당차게 말한다.


“ 엄마 말이 내 귀에 너무 마니 드러가서 귀가 너무너무 무겁꼬 무섭꼬 아빠요...“


나 어릴 적 말대꾸하면 아빠가 “너 작가 되려고 그렇게 말 잘하냐.” 하시고 막 웃으셨다.

나는 진지한데 자꾸 웃는 아빠가 얄궂게 느껴져서 발을 더 쾅쾅 구르며 억울해 울었는데 그 웃음이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지 자식 낳아보니 알겠다.


모두가 잠든 저녁.

일기장을 펼쳐 아이가 오늘 하루 쏟아낸 보석같이 귀한 말들을 잊지 않으려고 적어 내려가며 나는 또 피식피식 행복해 웃는다.


좋다. 네가 내 아들인 거 엄마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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