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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휘 Oct 11. 2020

그러니까 살이 안 찌지 VS. 건강 나빠져!

고기가 그렇게 큰 변수일까?

그래서 살이 안 찌나 봐


고기를 안 먹는다고 했을 때 자주 듣는 말 중의 하나는 내 건강에 대한 것이다. 아주 어렸을 때야 당연히 주변 어른들이 “골고루 먹어야 키도 크고 건강해지지~” 정도로 말씀하셨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주변 사람들이 “아, 그러니까 살이 안 찌나 봐.” “그래서 피부가 좋구나!”라는, 구체적으로 ‘몸매’와 ‘피부’에 집중된 언급을 한다. 확실히 지금 나이대의 관심은 ‘몸매’와 ‘피부’아니겠는가.      


“골고루 먹어야 키도 크고 건강해지지.”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매 세 명 다 고기를 먹지 않음에도 성장에 별 문제 없이 무난하게 자랐다. 특별히 큰 병을 앓지도 않고 키도 유전자의 기대치 안에서 무난하게 컸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채식 때문에 건강상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보다 ‘몸매’와 ‘피부’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시대가 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일정 기간 비건을 시도하기도 하는 시대니까. 채식을 하고 체중이 감량되었다, 속이 편해졌다, 피부가 좋아졌다 등의 체험 기사도 많이 나와 있다.     


나는 어린이 때부터 고기를 안 먹어서 저런 기사처럼 채식 실천 전후의 변화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런 ‘채식을 하면 살이 빠지고 피부가 좋아지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우리 언니들과 나를 비교해서 말해준다. 우선, 고기를 안 먹는다고 다 날씬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첫째 언니는 평생 비만이었다. 비만에는 워낙 많은 원인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고기를 안 먹는다고 모두 날씬한 몸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굳이 살찔 만한 습관을 꼽자면 빨리 먹고, 가공식품을 좋아하고, 과자를 즐기고,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점인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의 나도 비슷하게 먹었으니까 꼭 그 이유만은 아니지 않을까? (사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가공식품이나 과자를 즐기는 것은 진짜 ‘채식’ 실천이라고 보지 않는다. 가공을 덜 한 자연채식을 하는 것이 진짜 채식인데, 첫째 언니와 나는 가공식품도 꽤 좋아해서 진정한 채식을 한다고 볼 수 없다.)     


내 사례를 이야기하자면, 나는 사실 마르지는 않았고 표준 체중이다. 고백하자면 어렸을 때는 먹어도 살이 안 찐다고 믿고 있었지만, 한때 하루에 4끼 먹고 간식 먹고 운동을 안 했더니 엄청나게 살이 찌면서 내가 체중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먹는 양과 활동량을 유지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채식을 해서 피부가 좋으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 둘째 언니 이야기를 한다. 우리 둘째 언니는 셋 중 가장 가공식품을 적게 먹고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이지만, 20대까지 여드름이 심해서 늘 피부가 울긋불긋했고, 20대 후반부터는 좋아졌지만 지금도 여드름 흔적이 남아 있다. 나는 사실 피부가 매우 좋은 편인데, 언니를 보면 식습관보다는 타고난 유전의 힘이 가장 크지 않나 생각한다.      


성인이 되고 나서 건강에 대한 우려는 거의 듣지 않다가, 2015년 MBC 다큐멘터리 <채식의 함정>이 방영된 이후 내 건강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초등학생 이후 듣지 않던 ‘건강을 위해 고기를 먹으라’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오류를 지적한 글은 이미 너무나 많기 때문에 여기서 적지는 않겠다. 다만 30여 년간 고기를 먹지 않은 우리 가족의 사례를 덧붙이자면, 아직 ‘고기를 안 먹어서’ 나타난 건강상의 문제를 가진 사람은 없다.     


나는 고기를 먹고 안 먹고는 건강상에 대단히 큰 변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고기를 안 먹는다고 반드시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듯이, 고기를 안 먹는다고 반드시 살이 빠지고 반드시 피부가 좋아진다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리고 다른 생활 습관, 이를테면 가공식품을 좋아하고 맵고 짜고 단 것을 많이 먹는 식습관이나 운동량이 적은 생활습관을 전혀 고치지 않고 고기만 먹지 않는다고 엄청나게 건강이 좋아질 것이라는 것도 착각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반대로, 다른 생활 습관과 관계없이 고기를 먹는다고 건강이 좋아지지도 않는다. 생각보다 건강상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기’라는 변수는 압도적으로 큰 변수는 아니다. 오히려 사회생활에 있어서의 문제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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