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철이 왔다. 교장·교감·장학사 등이 먼저 발령을 받고, 설이 지나서는 일반 교사들 차례다. 맨 마지막으로는 신규 교사가 발령이 나면서 학교를 둘러싼 인사 작업이 마무리된다. 아내가 컴퓨터를 뒤적이다가 아는 분들이 승진(昇進)했다고 알려주었다. 그중에는 나와 몇 년간 학교생활하며 절친하게 지낸 선생님이 있었다.
나는 퇴임 전날까지 교실에서 수업을 하리라 마음먹은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승진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어떤 이들은 '승진'을 목표로 살아간다. 학교 조직에서 누군가는 교장과 교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승진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승진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세상에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듯이 학교 선생님들도 그 성격이 천차만별이라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냉정하고 비열한 이들도 있다. 나는 승진하는 사람이 사람을 아끼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 이기적이고 남에게 상처 주는 꽉 막힌 인사들이 교장·교감으로 발령받아 올 때면 지금의 승진제도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학교에서 교사가 승진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많은 준비와 성실함, 헌신을 필요로 한다. 아내에게 승진 명단을 듣자마자 나는 전화기를 들었다. 이번 승진으로 교감 발령이 난 선배 선생님에게 축하인사를 전하기 위함이다. 승진하기 위해 마음고생을 얼마나 했는지 가까이에서 보았기 때문에 이번 인사발령에 각별함이 느껴졌다. 축하 인사를 전하자 선생님은 다른 말씀 안 하시고 얼굴 보고 싶다며 놀러 오라고 성화를 한다. 내가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옆에서 모진 비 다 막아주고 챙겨주던 그 따스함이 남아 있는 말투다.
오랜 노력과 세월 딛고 일어서 땅(☷) 한가운데 우뚝 선 나무(☴)처럼 교감으로 승진한 선배 선생님을 생각하니 지풍 승 괘가 보인다.
䷭ 지풍 승(升)
<주역전의>에서는 승(升) 괘에 대해 “괘 됨이 곤(☷, 坤)이 위에 있고 손(☴, 巽)이 아래에 있어 나무가 땅 아래에 있으니, 땅 가운데 나무가 자람이 된다. 나무가 땅 가운데 생겨 자라서 더욱 높아짐은 승(升)의 상(象)이 된다."라고 하였다.
우리나라 수출 품목 변화
승(升)은 '오르다.'라는 뜻 말고도 '물건의 양을 재는 단위나 물건'을 뜻한다. 우리말로는 '되'에 해당하는 말이다. 만물을 상징하는 곤(☷, 坤)을 나무 그릇인 되(☱)로 퍼서 물건을 내보내는 것(☴, 巽 : ☱을 뒤집으면 ☴이 되므로 그릇을 뒤집은 것이 된다.)이 '지풍 승 괘(䷭)'의 모양이다. 그래서 승((升)) 괘는 각종 재화를 모아 해외로 보내는 '수출'과 뜻이 통한다.
승(升)은 물건의 양을 세는 단위나 물건 중 '되'를 의미한다.
수출은 외국에 팔 것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래서 1950년대 한국전쟁을 치르고 산업이 피폐화된 우리나라는 수출할 수 있는 상품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각 나라마다 지형·기후·문화·자원·노동·기술수준·자본 등 경제적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게도 기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1960년대에는 철광석, 중석, 생사, 무연탄, 오징어, 활선어, 흑연 등 농업·광업 등 1차 산업에 의존한 상품들이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이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정치적 혼란과 부정부패 속에서 경제 발전에 에너지를 집중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때문에 농업 상품과 지하자원 등 저부가가치 상품을 수출하던 시기였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수출이 시작된 것은 1970년대에 들어와서이다. 저곡가 정책으로 인해 농촌에서 사람들이 살기 어려워지자 도시로 인구가 몰려들었다. 그 결과 많은 노동력이 공업에 투입되어 산업에 경쟁력이 높였다. 노동 집약적 산업인 의류 산업이 급성장할 수 있었고,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철강·화학의 업종이 성장할 수 있었다. 정부의 지원받은 럭키금성(현 LG), 삼성, 선경(현 SK), 현대 등은 후일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1980년에는 중·화학 공업의 발전과 더불어 자동차·텔레비젼·반도체·음향기기 등 기술과 자본을 요하는 공업 제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되었다. 금성의 흑백텔레비전, 현대의 승용차, 삼성의 64K D램 반도체 등이 이 시기의 주요 수출품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1990년대에는 자본·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첨단 산업 제품 수출의 시대였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이 전체 수출을 견인했으며, 원유를 가공해서 석유 제품을 수출하는 석유 화학 업종이 안정적인 수출의 궤도에 올랐다.
2000년대 이후에는 반도체, 휴대폰·스마트폰 등의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선박 등이 주요 수출품으로 전 세계 히트 상품이 되었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 추이(출처:산업통상자원백서)
뉴스를 보니 2021년 우리나라 수출액이 6445.4억 달러를 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1964년 첫 1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1977년 100억 달러, 1995년 1000억 달러, 2018년 6000억 달러를 넘어선 수치다.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액은 1조 2596억 달러로 세계 8위 수준이다. 1960년 이후 60년 간 60계단을 올라간 순위이며, 2020년 9위보다 한 계단 올라갔으니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세계 교역 순위 추이(출처:산업통상자원백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 중에 우리나라처럼 경제적 발전을 이룩한 나라는 드물다.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수많은 신생 독립국(☷)들 가운데서 큰 나무처럼 우뚝 선 대한민국((☱)이 정치적으로도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뤄 당당하게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으면(升)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졸업식
2022년 1월 초 3학년 학생들이 졸업을 했다. 졸업식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zoom'을 이용했던 작년과 달리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튜브 라이브'를 방식을 적용했다. 학교 방송실 스튜디오에서 재학생 대표가 축하 인사를 하고 졸업생 대표가 감사 인사를 하는 조촐한 행사였다. '유튜브'로 방송을 내보내고, 나머지 졸업생들은 '워크 스루(walk through)' 방식이라 하여 학교 현관에 잠깐 들러 졸업장과 졸업앨범을 받고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졸업식은 마무리되었다.
졸업식 행사가 끝나고 퇴근할 무렵 선생님 한 분이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와 친하게 지내는 3학년 담임 선생님이었다.
"잠깐 시간 있어요?"라며 조심스럽게 묻는데 눈물을 글썽이며 분위기가 자못 심각했다.
무슨 일인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 해 동안 학생들과 정이 많이 들었는데 학생들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졸업식을 치르니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위해 밤늦게까지 상담하고, 학생들 면접 준비시키느라 휴일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애를 썼던 선생님이기에 감정을 추스리기 힘들었던 것 같다. 나는 선생님 덕에 학생들이 성장해서 세상에 나가니 기쁘게 생각하라고 위로했다.
졸업은 학생들에게 끝이 아니라 진정한 배움을 위해 한 계단 올라가는 '승당입실(升堂入室)'의 과정이다. 학교라는 공간을 나가(☱) 더 높은 이상을 향해 오르는 졸업생(☷)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