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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다 Oct 10. 2024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누구나 겪지는 않는 일

19. 미안해... 열무야...

오늘은 어떻게든 애써 덤덤해보려 했지만, 한번 터져버린 눈물은 그칠 기색 없이 없었다.

병원에 도착하니 아침의 통화로 인해 데스크 간호사선생님들은 이미 내 상태를 알고 맞이할 준비를 하고 계셨던 모양이다. 연신 눈물을 닦으며 말하는 나를 안타깝게 여기고 조심스럽고도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선생님과 상담을 했는데, 마음을 달래주시고 어루만져 주시는 말씀들이 그렇게 감사할 수 없었다.

열무를 보내야 한다면 이 병원이었으면 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담당해 주시기로 하셨다.





그렇게 나는 정신없이, 떠밀리듯 급하게 열무를 보내고 있었다.






열무가 주수보다 많이 작아서 나는 분만이 아닌 수술로 진행되었다.

약물을 주입하고 침대에 누웠다.

그 과정에 몸이 불편하고, 많이 아팠지만 마음만큼 아프고 힘들진 않았다.


입원실에 누워 수술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슬픔, 죄책감, 등 온갖 고통스러운 감정들이 다 올라와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고 나는 거부하지 않고 온전히 감정들과 함께 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아무 말이 없었다.

적막 속에 내가 훌쩍이는 소리만 있었다.


옆 침대에서는 이제 막 아기를 낳고 오신 분도 입원해 계셨는데, 축복스러운 일에 내 눈물이 민폐가 될까 최대한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이런 모든 과정들 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지켜주는 남편이 있었다.

평생 잊지 못할 섭섭함이 생기고, 때로는 너무 미웠고,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싸웠던 사이지만 알고 있다.

남편도 나 못지않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이윽고 그 시간이 오고야 말았다.


수술실 앞까지 휠체어를 타고 이동했다.

수술실 문 앞에서 나는 남편에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며칠 동안 불편한 기색이 가득했던 나에게 미안해할까 봐 마음이 아팠고,

열무는 내가 잘 보내고 올 테니 당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도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남편의 마음에 걱정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길 바라서 나는 웃으며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대에 눕혀졌고 팔과 다리는 묶였다.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고


마지막으로 뱃속의 열무를 느끼고

마지막으로 열무와 인사를 했다...









며칠 후


열무의 2차 결과지가 집으로 날아왔다.

이변 없이 우리 열무는 18번 염색체 이상 애드워드 증후군이었다.


아픈 내색없이 차근차근 결과지를 살펴보던 중

우리 부부는 결국 오열하고 말았다.






숨소리도, 얼굴도, 목소리조차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던 우리 열무는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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