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불쑥 나와 남편의 삶에 끼어든 강아지 '단지'는 이제 10살이 되었다. 요즘엔 강아지들 수명도 길어져 15살은 기본이요, 18~20살까지도 산다고 하던데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람으로 치면 중년을 훌쩍 넘었다. 이름대로 산다는 말이 이 녀석에게도 적용되기라도 하듯 꿀단지, 애물단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단지'는 우리에게 꿀 같은 기쁨을 주는 대신 온갖 귀찮은 돌봄을 요구하는 성가신 애물이다.
단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나(라고 우겨본다), 그리고 산책이다. 그러니 나와 함께 하는 산책이 이 녀석에게 최고의 시간이다. 우리가 제 녀석 사료와 간식값을 벌기 위해(라고 우겨본다), 장시간 혼자 있게 하는 게 못내 안됐고 죄책감마저 들었던 꽤 긴 시간들을 견디다 한 5~6년 전부터인가 굳은 결심으로 시작된 게 아침 산책이었다. 저녁에 퇴근해서 여력이 되면 2번, 대체로는 1번 시켜오던 산책을 아침에도 1번 더 하게 된 거다. 그렇게 시작된 아침 산책으로 저절로 난 요즘 유행하는 '미라클 모닝'을 하게 되었다. 확실히 아침 산책을 시작한 뒤로 단지는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잘 견디는 듯했다. 때로 배변패드를 갈가리 찢어두거나 휴지통을 뒤집어놓는 행패가 줄었고 퇴근해 들어오면 단잠에 깨어난 듯한 부스스한 몰골이 보는 우리에게도 썩 편안해 보였다.
그렇게 좋아하니, 아니 보는 우리 맘이 편하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거르지 않았다.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지하 주차장이라도 가주었다. 어쩌다 친정이나 다른 곳에서 자는 날이 있으면 식구나 다른 이들의 아침잠을 방해하지 않게 조심조심하면서도 밖으로 향했다. 내 몸이 아파도 가능한 짧게라도 해주었고 그도 여의치 않을 땐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라도 해주었다. 그러다 보니 이 녀석에게도 아침 산책은 당연한 루틴이 되어, 대충 어떤 시점에서 산책 길 나설지를 알아, 볼일을 보는 시간엔 내 발치나 제자리에서 잠을 더 청하며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그 시간. 바로 그 산책의 시간이 오면 절묘하게 0.01초 먼저(진짜 신기하다) 발딱 일어나 총총총 잰걸음과 뱅글뱅글 꼬리콥터의 힘으로 현관을 향해 즐겁게 달려간다. 그렇게 이 녀석의 하루가 힘차게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니 몇 년째 계속된 이 매일매일의 의식이 이뤄지지 않았던 그날 아침의 충격이란 적잖이 컸다. 그것도 내가 혹은 남편이 안 되어서가 아니라 이 녀석이 거부(?)했을 때의 충격이란. 내이염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0.5kg 넘게 빠져(소형 강아지에게 0.5kg은 정말 큰 수치다. 사람으로 치면 못해도 5kg은 되겠지?) 밥도 며칠 안 먹을 때조차, 산책은 가겠다며 비틀거리며 현관을 향해 나가던 녀석이니 말이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