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시 부문 선정작

by 권누리





이미 오래 전 교란된 것으로 보이는 독널무덤에서는

어떤 징조도 보이지 않았다.

도굴된 항아리는 그로부터 먼 미래에 발견되었다고 전해졌다.


엎어둔 패를 뒤집어 짝 맞추는 놀이를 하던 때

가장 많은 짝을 훔친 사람이 다음 놀이의 예언자가 되었다.


결국 모두 죽게 될 것이다.


놀라는 이 없었으나,


대체로 슬픔은 기척을 잘 숨겼다. 예감이 축에서 축으로 이동했다.


당시 산수유 군락지 근교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떤 어린이는

단소를 잘 불기 위해 취구에 몰래 테이프를 잘라 붙였다.


그해 비겁은 생기를 몰고 왔고 유난히 선선한

여름에 의심 없이 선의를 나눴고


그 밖의 모든 일은 다가온 겨울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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